정답률 59% 문학, 문제만 보고 푸는 법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36601700
아까 글에 있던 친구가 한 질문입니다.
정답률 59% 21.12.40 문학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문학에서 이 정도 정답률이면 꽤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번 겨울 독서를 위주로 가르쳤던 저는 작년 수능날 이후로 문학을 본 지가 꽤 됐었습니다.
방금 과외 끝나고 오는 길에 문제만 보고 풀어봤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풀어보세요
일단 보기와 선지를 보니 지문은 시 문학이고, 적어도 소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이면 인물관계가 위주로 출제되니까요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나)는 시 문학, (다)는 수필이더라고요
딱 이 정도 잡고 보기 봅시다
이항대립입니다
고요 - 외적
- 내적
(나)는 고요의 충족 여부는 말해주지 않고 있지만, 외부와 내부를 모두 봐야한다고 합니다.
(다)는 외적 고요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내적 고요를 이루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여기까지 잡았습니다
선지 들어갑시다
정답을 고르는 게 아니라 정답의 후보를 고를 겁니다
1) 12%
낙엽 소리가 들리니까 외적 고요가 깨진 거 아니냐고 판단하는 게 주요 오답 포인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합시다.
낙엽 소리가 시끄러움의 상징인가요? 고요의 상징인가요?
고요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더 개연적입니다.
일단 정답의 후보는 아닌 것 같네요
2) 4%
낙엽소리를 임이 오는 소리로 착각한다?
다시, 상식적으로
고요와는 결이 멉니다.
'화자는 고요할 때 임이 오는 걸 잘 파악할 수도 있잖아요?'
그게 뇌피셜입니다
문학은 전제/근거를 추론하는 과목이 아닙니다
------------------------------------
3) 13%
슬픔은 당연히 고요와 연결지을 수 없겠죠
'사물에 닿는 것'과 '옛집을 돌아본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정답의 후보로 보긴 무리가 있습니다
4) 11%
필자가 내적 고요를 추구하는 건 당연합니다
'당호를 새집에서도 사용하는 것이 외적 고요와 연결되는가'가 문제네요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지문을 봐야 확신을 얻겠네요 (지문을 보니까 당연한 소리였습니다)
일단 정답의 후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갖고 5번 보겠습니다
------------------------------------
5) 59% : 정답
외적 고요만으로는 내적 고요를 이루기 힘든 건 문장 자체만으로 봤을 때 개연적입니다
누군가가 선지와 같이 지적하는 건 틀린 지적이 아니죠
화자가 외적 고요만으로 내적 고요를 이룰 때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화자가 그런 식으로 고요를 추구할까요?
비관적인 시가 아닌 이상 화자는 언제나 자기가 가장 옳고 좋고 그럽니다
게다가 이 시는 고요의 추구를 말합니다 ( (다)는수필이긴 합니다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
당연히 외부에서 고요가 안 일어나도 내가 고요하면 된 거다 라는 태도를 보이는 게
훨씬 개연적입니다
따라서 너무 말이 안됩니다
5번 선지가 답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답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있는 그대로만 보세요
보기에서 주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필자라면, 어떻게 시를 쓸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관점도 있다'라고만 챙겨두세요
피램으로 기초를 다진 뒤 최인호 선생님의 문학 방법론을 잘 섞으시면
이렇게 풀게 되더라고요
굳이 이거 따라하려고 안해도 됩니다
자칫하면 오히려 독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저도 시험장에서 문제만 보고 풀지 않습니다 ㅎㅎ
여담인데,
이제 문학은 일정한 문학 작품 해석 능력만 갖추면
'독서 능력이 좋아야 잘합니다'
제가 거의 수능 독서 위주로 가르치는데 작년 9평 문학을 20분 안쪽으로 푼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작년 수능은 학교생활 틈틈이 푼 거라 시간을 모르겠지만, 20분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 :)
0 XDK (+100)
-
100
-
“너도 알고 있잖아 가야지 위로“
-
이 문제 제발..
-
고딩때 내내 여주 생각만 하느라 자기 좋아하던 여자애 고백도 안 받은 놈이 졸업하고...
-
파란노을을 사랑할 뿐
-
요즘 빠른 축에 속함?
-
대학에 목매는 문화가 문제라고 해서 마이스터고를 대안으로 꼽을 수는 없음 0
꼭 뭐 저것의 긍정적인 사례랍시고, 누구는 어디 공고 나와서 삼성전자, 은행, 모...
-
ㅋㅋㅋㅋㅋ
-
N제 풀 때 3
여백에 푼다 vs 따로 공책에 푼다
-
생명공학 전공이라 생2는 무조건 할건데 지2까지 하는건 좀 에바인가 지금 대학...
-
시대인재 토요일 오후 김백현쌤 강의실 아시는 분ㅠㅠ 3
토요일 점심~저녁 타임 인문논술 김백현쌤 강의실 아시는 분 계신가요ㅠㅠ 어느빌딩...
-
아니 마넌 충전 했는데.
-
3단원까진 수특이랑 수능기출 다 해봤는데 지엽 말장난 오지게 많다는 악명이랑 다르게...
-
낮잠자서 펑크남 1. 수열 규칙이 홀/짝에 따라 나뉨 → 항도 홀/짝에 따라 달라짐...
-
핀셋 ㅅㅂ 7
아니 병훈선생님.. 핀셋을 제 머리에 휘두르시면 어떡하나요 ㅅㅂ 깡하고 깨지겠네 왤케빡셈
-
사슴벌레 키울때 여름에 모기향 한번도 안피고 살았는데 3
모기향 피면 사슴벌레한테 안좋을까봐 그냥 맨날 모기한테 물리면서 살았는데 이번에...
-
읽어보ㅓ도 뭐라는건지 모르겠어요,, 결론은 ㅈ된건가요?
-
상위권과외만 하다가 지인 부탁으로 수학 6등급 친구 가르치기로 했는데 어케할지 감이...
-
고대 정시 6
93 98 3 99 99면 고대 어디까지 될까요? 문과입니다
-
유우리 신곡? 7
이거 뭐 애니 ost 같은 건가여
-
영어2 제2외 1등급이라는 가정하에 화작확통생윤사문이면 평백 몇 나와야댐??
-
고민이네
-
가뜩이나 07년생 인구 많은데 잘못하면 평백 89맞고 숭실대 경영 들어가는 참사가 발생할지도
-
정법 1
큐블라 풀다가 자존감 바닥됨.. 기선제압은 우짜지 ㅠㅠㅠ
-
. 1
-
심박수 100인가? 80?? 넘어가지 않게 조절하라는 말을 봤는데 참 맞는말인듯
-
가면 페까는 ㅅㅂ 어이가없노 진짜 알지도 못하면서 단언하지마세요 기분 진짜 잡치니까
-
저도 오르비를 떠납네다 18
슬 잘 안들어오기도 하고 할 일도 생겨서.. 물2 질답소는 그대로 운영할 예정이니...
-
사탐으로 연의가면 진짜 씨발 화날듯 아무리 미적이라도 사탐은 아니지
-
어이가 없어가지고 ㅋㅋㅋ 나보다 페이커 좋아하는 사람 오르비에 없다고 내가 단언하는데 ㅋㅋ
-
오늘 너무 많이 봐서 한도초과야... 속 안좋아져서 도망나옴 ㅜㅜ 오르비언 중에서도...
-
꾸준히하자
-
안돼
-
하이도상이 한국에 온다니 이거 진짜에요?
-
사탐 과탐 1
최저 맞춰야하는데 쌩노베 사탐2개 시작하기 or 내신베이스 가진 상태로 7/1부터...
-
재수생이이고 7덮69점 7모 98점입니다(점수 차이가 큼..) 기출은 2회독정도...
-
공부 ㅈㄴ하기 싫으면 어캄? 최저는 발로 풀어도 맞출 것 같아서 공부의 필요성을 못...
-
시간아 멈춰줘 0
시간이 너무 빨리 가지 말아다오
-
자기 전에도 듣기 좋은 노래추천 해드립니다 좋아하는 곡 or 아티스뜨 적어주시면...
-
어느정도임? 서울에 7억 좀 안되는 아파트 지방에 4억 후반 아파트 빚 5천정도...
-
사설 모고 보고싶은데 외부생은 안받아서 이거 밖에 못함 평가 어떰?
-
대치잇올 0
급식 맛있나요.. 그리고 주변 식당이나 카페 많나요?
-
3모 백분위 50 5모 백분위 62 6모 백분위 62 7모 백분위 74 찍은거 싹...
-
쪽지 주세용
-
GOAT OR JOAT?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어떰
-
생일이다 ㅎㅎ 21
생일이고 뭐고 공부나 해야지...ㅎ
-
이해원 설맞이 샤인미 말구용
-
간쓸개 이매진 3
이감 연간 패키지를 살지 상상국어 파이널 패키지를 살지 고민이에요 솔직히 이감...
-
비씹덕도 그냥 게임성만 보고 즐길 수 있음? 원래 RPG나 오픈월드게임 좋아하는 편이긴해요
.
칼럼이나 자료를 보고 생긴 질문들이나, 본인의 학습 방향 등을 상담을 통해 점검받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수단으로 자유롭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오픈채팅방 : https://open.ㅋakao.com/o/sGeS8oOc (ㅋ을 k로 바꾸세요!)
인스타 DM : gist_harrykane
[케인의 2020년 칼럼 정리]
https://orbi.kr/00034624645
[필독] 여러 공지사항들
https://orbi.kr/00034607455
지문을 아예 안 보고 푼 거라 실제 옳은 풀이 과정과 조금 결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가볍게 봐주세요 :)
ㅅㄷㅎㄷ
우와..........
ㅋㅇㅊ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20.gif)
옯인호어... 외적 고요가 있든 없든 나는 내적 고요만 있어도 된다 이렇게 해석하는게 맞나요?
5번 선지에서 '누군가'의 비판이 정당하려면, 그들의 비판처럼 화자가 외적 고요만으로 내적 고요를 추구해야겠죠
그런데 화자가 그럴 리가 없다는 겁니다
차라리 외적 고요가 있든 없든 내적 고요를 추구하는 게 훨씬 개연적이라는 거죠
오우 깔끔하게 바로이해됐어요 ㄷㄷ...
구웃 ㅎㅎ
이는 독서 지문에서도 적용됩니다
사실 전 보기를 보자마자 외적 고요는 고요를 이루기 위한 형식적인 측면, 내적 고요는 내용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형식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설계된 것일 뿐이기에, 내용이 항상 우선입니다
이는 평가원 독서 지문에서도 빈출되는 대립코드이자 흐름입니다!
참고해보세요 ㅎㅎ
실제로 (다)의 첫 부분은 '마음이 고요하면 날씨가 어떻든 상관 없다'는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
문학이 아무리 날고 뛰어봤자 비문학에 비비개 쌉 불가능 지금 수능국어가 어렵다 워딩 자체가 틀림
수능 비문학이 어렵다 이게 맞음
중상위권 학생들이 문학을 어려워 하는 이유는 비문학은 순수 독해력으로 뚫을 수 있고 문학은 문학적 해석력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죠
즉, 거칠게 말하면 문학을 못한다는 건 공부를 안했다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거 풀때 천천히 1번부터 보면서 긋고 있었는데
5번이 너무 말이 안되어서 응 틀렸어 하고 넘어갔던게 기억나네요
ㅋㅎㅋㅎㅋ 좋죠~~~
와 ㅋㅋㅋㅋ 케인님 글은 읽을 때마다 감탄하네요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09.gif)
어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문제만 보고 4 또는 5는 알았는데 여기서 5 추론하는게 예술이네요 ㄷㄷ
ㅎㅎ 고맙습니다
화자가 외적 추구를 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