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남겨보는 시골 소년 대치동 상경기 (2)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35736974
그럼 대치동에 가서 무슨 학원을 어떻게 다닐 것인가.
인강에서 보던 강사들이 어디서 강의하는지 보고 다 따라다닐것인가.
학원을 이전에 다녀본적이 없으니, 특히 대치동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알수가 없었음.
그래서 어떻게든 대치동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을 지인중에 찾기 시작.
물론 이때는 부모님 인맥밖에 없으니..
아버지 고등학교 동창분이 대치동에 거주하고 있었음. 초등학교때 서로 교류도 좀 있었고. 4살많은 형이 있었는데 어렸을때는 몇번 어울렸던 기억이 있음. 한동안 교류가 없다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근황을 들어보니, 그 형은 D외고를 거쳐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음. 나는 서울로 단기유학가려고 이렇게 두근두근하는데, 또 서울에 사는 형은 미국으로 가는구나 하며 세상은 넓다는 생각을 함. 요즘 부동산이 난리인데, 사람들은 이른바 상급지로 옮기고 싶어함. 그럼 이른바 최상급지인 압구정에 사는 사람은 어디가 상급지냐.. 맨하튼이라고 누가 농담하는걸 들었는데, 비슷한 느낌임.
이야기가 샜는데, 소개로 대치동 소재 학원에 등록함. 미도+a 학원이었는데,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음.그 학원에서는 강의실에서 하루 종일 수업들이 진행되었고, 나름 경쟁력 있는 선생님들을 초빙해서 강의를 하는 그런 시스템이었음.
시간이 두달 남짓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강의를 다 듣고 싶은 마음이었음. 실제로 오전 8시부터 저녁 10~11시 정도까지 하루 종일 강의를 듣는 시간표로 짬. 내가 뭘 짰다기 보다는 뭐가 좋은지 모르니까 일단 학원에서 진행하는 강의 중에 시간이 겹치지 않은걸로 다 주세요 한것. 그때 나는 마음이 급했음. 일단 2달동안 얻은 자료를 우겨 넣고 남은 3월부터 수능까지의 시간동안 천천히 소화시킨다는 계획이었음. 언어, 수리, 사탐, 과탐.. 영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넣음. 여기에서 알수 있듯이 내가 서울에 올라온것은 "선생님"한테 듣는 "강의"가 우선순위였음.
이윽고 서울에 올라와서 대치동 생활이 시작됨.
숙소는 대신증권 뒤에 ㅋㄹㅇ 고시원이라는 곳에 얻었음. 당시 고시원에서 살아본적이 없었는데, 방은 엄청 좁았음. 한달에 30만원이었고, 창문이 있는 방은 31만원이었음. 비교적 급하게 구하다보니 선택의 여지는 없어서 창문은 없었음. 고시원에서 살았으면 힘들었겠다 이럴수도 있는데, 당시 학교에서 4인1실 기숙사를 쓰던 나에게는 진짜 만족스럽고 심지어 행복했었던 생각이 남. 원효대사 해골물. 지금은 그정도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재화가 필요함. 아니 물질로 느끼는 행복으로는 다시 비슷한 느낌을 얻기 어려울지도 모름.
학원으로 가는 첫날 아침일찍 일어나서 학원으로 향함. 식사는 고시원에 딸린 조그마한 주방에서 해결함. 서울에 올때 같이 올라왔던 어머니가 끓여놓은 김치찌개가 있었음. 지금도 그 향기랑 맛이 기억남. 남보기 부끄러우니 그냥 내려가시라고 짜증냈었는데, 왜 항상 죄송함과 부끄러움은 부모님 없을때 찾아오는지. 그런데 지금도 그러함. 고시원에서 학원으로 가려면 그 유명한 은마아파트 옆길을 거쳐서 걸어가야 했음. 당시에는 그렇게 유명한줄도 잘 몰랐고, 낡은 아파트가 단지한번 진짜 크네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남.
첫날 학원으로 걸어가면서 맘속으로 했던 되뇌었던 말이 있음.
"기죽지 말자" 왜 이런 다짐을 했느냐면 이미 기가 죽어있었기 때문임.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생활해본 사람은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서울은 무서운 느낌이 있었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와이프랑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전혀 공감하지 못함. 일단 사람의 규모, 생활의 규모에서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음. 그리고 부인하려 애써봐도 느껴지는 자격지심이 있음. 별 의미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시선도 정말 날카롭게 느껴짐. 나는 지방에서 올라왔으니 그 티를 내지 않으려고 말투부터 행동까지 조심했던 기억이 있음. 그리고 말투에서 티가 날까봐 최대한 말을 안했음.
학원이 3층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학원 문 앞에서 속속들이 학원으로 들어가는 애들 옆에서 아버지 친구분 사모님을 기다림. 근데 무슨 학원에 친구들이 끊임없이 들어감. 내가 알고 있던 학원은 한 3~40명정도가 이용하는 그런 학원이었는데, 저안에 그럴만한 공간이 있나? 라고 생각하던 중에 학원 앞에서 아버지 친구분 사모님을 만남.
7-8 년이 넘어서 만나는건데, 한눈에 알아봐 주심. 그나마 여기에 내편?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약간 느껴짐.
같이 당시 원장 선생님 (눈이 부리부리한 아주머니였음)을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들었던 첫마디가
"아 그 시골에서 온다는 그 학생이구나?"
시골? 이게 농담이야 진담이야 헷갈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첫날 수업이 시작됨.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오씹년들
-
나를어캐알앗지 0
소름 소름이잔아!!!! 이런시X 야ㅜㅜ누가 헬로키티 레어 잇는사람
-
필통 쓰던거 지퍼 고장나서 아무거나 샀는데 이것도 털달린 동물 필통이고 가방에...
-
과하지 않고 평가원스러운 모든 파이널 실모 중 딱 3개만 고르면 킬캠,히카,서바이벌...
-
수학황님들 수학 공부 방식에 문제 있나 한번 봐주세요 0
6모 1컷 하루에 설맞이 30문제씩 풀고 있고요 설맞이 다 풀면 드릴 하사십...
-
ㅎㅇ 2
-
Dadeul mohago jinae??
-
의대증원 반대 논리중 하나가 의대교육현장의 수용가능인원이 낮아서 증원하면...
-
이거 이렇게 풀어도 ㄱㅊ은거임? 일단 10N보고 5*2몰로 잡은다음에 3:2에서...
-
다 뒤질래?? 3
뒤져보실???
-
현재 김범준 현강, 박종민 모의 라이브, 이신혁 라이브 듣고있는데 여기서 박종민...
-
생각있으신분 쪽지부탁드려요
-
쌈무나보고가라 3
-
최애의 아이는 벌써 2기 떴는데
-
1학기 중간 보고 충격받은 결과..ㅋㅋㅋ 이러고 등급 4개 올림
-
불안해서 자습실에서 쓰던 시대 담요 그냥 집 들고와서 빨래해서 매일 같이 덮고잤더니...
-
Michin
-
강 k가 32회차임 이번에..
-
너도 나에게 사랑을 다오.
-
둘다 붙으면?
-
그렇다
-
[문이과] 자기랑 비슷한 성향의 이성 만나고 싶음? 1
예를 들어 자기가 문과면 애인도 문과 이과면 상대도 이과 아니면 성향이 서로 달랐으면 좋겠음?
-
다보탑 퇴장 4
반가웠어용 자러감 ㅂㅂ
-
이 급간에서 뭘 한게 가장 성적 오르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함?
-
얼마나 많이 떠나간건가요...
-
모아놓으니 많구만
-
다보탑 등장 1
오랜만이예용
-
그는 어디로 흘러갔을까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
아직 감살아있네 1
탐구 복귀 1주차 올해 6모 물리 25분컷 48점 19번 ㄴ 2m으로 나눠야하는데...
-
친척형 11년전에 공익이었는데 아주 예전엔 공익이 2년(24개월)이었다고함 근데...
-
제곧내
-
잔다
-
돌팔이 치새 vs 잘하는 치과의사. 치과 고르는 방법 7
폭로 전문가인 내가 알려준다. 잘 들어. 내 말 들으면 고생 안함. 치과의사 중...
-
작년 서바 리부트 많이 남았는데 지금 풀어도 괜찮을까요??
-
수업 전반적으로 만족하셨었나요? 땅우쌤이나 도윤구쌤 수업 들어볼까 싶은데 항상...
-
상대방이 그 반지 만지작거리면서 "이런 거 같이 맞췄으면 좋겠다" 라고 함 이거...
-
지내려고 넌얼쓰 어플 다운 받았다.. 강제성 주고 싶어서
-
국어 공부순서 0
국어 공부 처음 해보려고 해요 고2입니다. 고3 이번 6모로는 3등급 나왔습니다...
-
곧 9월 온다 5
3학년 들어오고 학점 떨어져 가는 후배한테 남긴 글이다.
-
뉴런 2회독 할때 강의 한번 더 들으려고 계획했었는데요 1회독이 꽤 길어져서 강의를...
-
정규반 확통정규반 들으시는 분 있으신가요? 남지현t 혹은 정승준t요! 뭐 좀 여쭤보고싶어서요
-
1학기 학고 박고 반수 중입니다. 오늘 지도 교수님한테 학고 관련 상담해야된다고...
-
얘 뭐지? 0
틱톡을 보다가 너무 대단한 사람을 발견했다 07년생인데.... 고3 6모를 표점...
-
배가 고픈데.. 2
라면 먹을까..
-
수학 N제 0
지금 6모기준(확통) 딱 3이고 N제는 수1수2 김기현T 싱커, 수1 커넥션, 수2...
-
그러다가 눈마주치면 화들짝놀람
-
옯붕이들아 2
대학 입시에서 펑크가 나도 그 펑크가 당신들 것이 아니듯이 당신들이 좋아하는 사람...
재밌어요!
글솜씨 있으세요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