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자파이팅 [425980] · MS 2012 · 쪽지

2013-02-01 20:22:06
조회수 1,777

제가 정말 못된 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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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르비에 글 올려보는 게 처음이라 조금 어색하지만.. 그간 오르비 눈팅하면서 오르비에 조언도 쓴소리도 해주시는 좋은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듣고싶어서 주저리주저리 써봅니다ㅠㅠ..

일단 전 수시로 지방 국립대에 붙었습니다. (지거국은 아닙니다ㅠㅠ) 이번 수능은 모의고사보다 미끄러져서 평균 2등급 초반이 나왔구요.
지방 국립대 수시는 부모님께서 억지로 쓰라고 하셔서 쓴 것인데, 내신전형이라 최저 4등급 1개? 2개만 맞추면 수능이 끝나고 면접을 보러가는 그런 전형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수능점수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정시로도 충분히 제가 수시로 썼던 지방 국립대는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부모님께 국립대 수시 면접을 보러가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엄청나게 화내시며 만약에 수능 점수가 가채점보다 떨어져서 나오면 그 때는 어떡할거냐, 그럼 네 맘대로 해라 그 대신 정시로 다 떨어지면 그 때는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고 대학도 보내주지 않겠다며 호통을 치셨습니다.
부모님의 성화에 쫄게 된(ㅠㅠ) 저는 결국 국립대 수시 면접을 보게 되었고,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합격 통지서를 보자마자 정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난 나름 열심히 수능 공부를 했는데, 결국은 정시도 못 써보고 내신으로 대학을 가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나 슬펐죠.... 게다가 제가 1년간 목표로 해오던 대학을 못 갔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너무 커서 그 날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권으로 수시를 썼던 논술전형들은 일반선발이 되어서 5개 모두 다 떨어졌구요.

그리고 전 수시합격 후 예치금 환불 기간이 끝나기 전 부랴부랴 부모님께 재수를 설득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너무 성급했었던 탓인지 아버지께서 정말 강경하게 반대를 하셨고, 나름 저도 여자인데(ㅠㅠㅠㅠ;) 재수할거면 머리를 삭발하라고 하시질 않나, 재수 비용은 다 대출해서 내라고 하시질 않나 등의 여러 폭언을 내뱉으셔서 일단은 편입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평소에 굉장히 딸바보라고 하셔도 될만큼 저를 사랑해주셨는데, 급변한 아버지의 태도에 제가 그 때 마음이 약해져 있었던 탓같습니다ㅠㅠ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이 국립대를 가고싶다는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더라구요. 정시 원서도 못 내보고, 제가 그토록 가고싶었던 대학도 가지 못 한채 이렇게 끝내야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늘 고민을 했습니다. 그 국립대에 대한 애교심도 날이 갈수록 땅을 향하고.. 급기야는 그 대학의 이름을 보기만 해도 화가 나더군요ㅠㅠ
그래서 다시 저는 부모님께 재수 설득을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제 의지를 굳건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재수 설득을 드린 다음날부터 계속 방 안에서 공부만 했습니다. 글이나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면 부모님도 제 의지를 알게 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결과는,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계속 반대하셨지만 어머니의 설득에 재수 찬성은 하지 않지만 묵인해주겠다 말씀하셨고, 어머니께서는 아버지보다는 그나마 온건한 입장이셔서 제게 재수를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아버지와는 거의 3주째 말도 안 섞고 있습니다ㅠㅠ.. 그렇게 절 예뻐해주셨던 분인데..)

그러나 재수를 허락해주셨다고는 해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가깝고 등록금도 싼 국립대를 차버리고 1년 더 공부해서 타 지역 사립대로 간다는 제 모습이 너무나 미우셨을 겁니다. 재수를 허락해주신 이후로도 이따금씩 그냥 국립대 가면 안 되겠냐고 계속 물어보기도 하셨구요. 그 국립대도 요즘 올라가는 추세다. 그래도 도내에서는 가장 좋은 대학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시면서요.

그리고 오늘 등록금 고지서가 나왔는데, 장학금까지 더해져서 1학기 등록금이 100만원 가까이 나왔더라구요. 사립대에 비하면 굉장히 싼 편이죠. 게다가 집도 가까워서 통학비도 들지 않을테고.
아무튼 전 어머니께 등록금 고지서를 보여드리며 정말 죄송하다고, 더 열심히 해서 꼭 효도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등록금을 보고 마음에 조금 망설임이 생기셨던 것 같습니다. 재수하면 국립대 1학기 등록금을 한 달에 한 번씩 내야하는 셈인데.. 그래서인지 오늘도 방에서 인강을 듣고 있던 제게 오셔서 정말 그냥 대학다니면 안 되겠냐고, 다른 애들은 서울권 붙어도 부모님 생각해서 그냥 지방 국립대 간다고 하던데 너는 뭐냐고, 왜 현실과 타협할 생각을 하지 않냐고 하시면서 화를 내고 나가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손이 떨리고 계속 눈물이 나왔습니다..
저도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만 생각을 바꿔서 현실에 순응하고, 가깝고 등록금도 싼 국립대에 다니면 부모님도 부담이 덜해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유통업을 하시는데, 연세가 드실수록 돈벌기가 더 힘들어지고 몸도 안 좋아지시는 터라 이 상황에서 제가 아버지께 큰 짐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걸 생각하면 저도 정말 한없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너무나 죄송하고 제 자신이 밉습니다. 정말 저만 결정을 바꾸면 부모님께서도 행복해지실텐데.. 괜히 저 때문에 더 힘드신 것 같고 날이 갈수록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드는 생각이, 제가 이 국립대에 붙게 된 것도 부모님의 강요(단어 선택 죄송합니다ㅠㅠ)에 가까웠고 그로 인해 저는 정시 원서도 쓰지 못 한채 그대로 국립대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만약 국립대 면접을 보러가지 않고 정시로 원서를 썼더라면 그나마 후회는 덜했을거라고 확신합니다. 목표대학은 아니었을지라도 이 정도면 괜찮다 그냥 다녀야겠다 하는 대학의 마지노선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 마지노선 대학을 정시로 합격했더라면 전 재수도 하지 않았을테고, 그나마 부모님께 부담도 덜해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강요 때문에.. 제가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제가 정말 너무 나쁜 것 같습니다. 저렇게 부모님 탓을 해도 모든 결과는 저에게서 온 것인데, 계속 남탓을 하며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것같기도 해요.
하지만 조금, 아주 조금 원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다른 친구들은(가까운 예로 저와 동갑인 친척) 부모님께서 1년 더 믿어주시고 뒷바라지해주시는 친구들도 많이 있는데, 저는 왜이렇게 재수 한 번 하기가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재수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저같은 케이스가 흔한 것은 아니라 주변에 저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을 찾기도 힘들고 너무나 외롭고 괴롭습니다..

(저도 현역으로 제가 원하는 대학에 찰싹 붙어서 나름 꽃다운 20살에 새내기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 친구들이 카톡 프로필 사진에 자기들이 원하던 대학 합격증서를 캡쳐해서 올려둔 걸 보면, 제가 선택한 길인데도 너무나 부럽고 마음이 답답해지더라구요..)

저만 생각을 바꾸면 될 일인데, 저도 끝까지 고집부리고 제가 목표한 대학을 가기 위해 1년을 더 공부하겠다는 제 자신이 밉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조금은 야속하면서도 너무나 죄송합니다. 저보다 더 좋은 자식을 낳으셨더라면 이렇게 마음고생하지 않으셨을텐데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 진짜... 정말 삶이 무기력해지고 힘드네요ㅠㅠ..



끝을 어떻게 맺어야할지 모르겠네요.. 조금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쓴 글이라 글이 뒤죽박죽인 점 죄송합니다. 어린애의 푸념일 뿐인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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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큐 · 436233 · 13/02/01 20:48 · MS 2012

    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정말 열심히 공부하셔서 내년에 좋은 결과 얻으시면 부모님도 기뻐해주실거에요. 대학입학후에도 안주하지 마시고 부모님의 힘이되는 딸이되시길 바래요...

  • 수궁갑 · 377136 · 13/02/01 21:47 · MS 2011

    푸념이라뇨..
    그 심정 이해합니다
    부모님 설득하시는게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그래도 긴 인생에서 자신이 후회될 일은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려 보세요
    어떻게 됐든 부모님의 일방적 선택 아니었나요
    아무리 자식이지만 타인의 인생을 마음대로 결정지으신다는 것은 좀..그렇네요
    등록금이나 기타 학비 문제는 나중에 다 갚겠다는 말씀 드려보세요.
    부모님도 글쓴이 분께서 안정적으로 학교 다니면 좋겠다는 의도로 말씀하신 듯 합니다.
    하지만 자기 인생은 자기가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힘내세요

  • 우룰루우룰2 · 430333 · 13/02/02 01:24 · MS 2012

    근데 반수나 재수하면 그냥 국립대에서해도되지않나요? 학비도 더싼데 재수해서 시립대나 서울대같은 서울권 국립대 가면되지않나요?

  • Wow_Y · 403006 · 13/02/02 02:30 · MS 2018

    힘내세요ㅠㅜㄴ

  • 내스타일 · 435709 · 13/02/02 11:26 · MS 201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아힝힝 · 421699 · 13/02/08 12:25 · MS 2012

    아..저도 지거국 붙고 겨우겨우 부모님 설득해서 재수하는 학생인데요...말로 다 표현 못하게 서럽죠 흑
    안그래도 수능성적 안나와서 억울한데 부모님께서 재수 허락도 안해주시고 나보다 공부안했던 친구들이 수시로 더 좋은 대학교 뚫고ㅠㅠ
    음 비용적인 면때문에 반대하신다면 재종반보다는 싼; 독학학원같은데 알아보시는것도 좋을것같아요 아니면 독서실이라던지요
    힘내세요...ㅠㅠ일단 어머니를 먼저 설득해보세요.. 평생 후회 할것같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