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학이순한맛 [869984] · MS 2019 · 쪽지

2020-08-22 22: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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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학이 칼럼]내신 국영수 777에서 서울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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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반 배정 받을 때야. 너네 들도 학교 다녀봐서 알겠지만, 한 학년이 끝나고 다음 학년으로 넘어갈 때, 학생종합기록부를 나눠줘. 확인하고 이상한 거 있으면 고쳐야하니까. 나도 그래서 받았지. 내 전설의 학생부를. 


 아무튼 크게 신경 쓰면서 보지는 않았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내 성적표가 있더라고. 당연히 봐야할 거 아니야? 내 성적인데.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에 잘못된 거 없나 확인하고 있었지. 그런데 내 짝이 갑자기 내 성적표를 보더니 엄청 웃는 거야. 그러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이 XX 내신에 잭팟 터졌다고 소문을 내고 다니더라. 왜냐하면 내 1학년 내신 성적이 국어 7 등급 수학 7등급 영어 7등급이었거든. 그래서 한 동안 잭팟 내신이라고 전교 1등 부러워할 것 없다는 위로를 들으면서 학교를 다녔어. 그 당시에는 이것에 상당히 무덤덤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해. 우리 학교가 1학년부 터 문 이과를 나눠서 문과가 120명 정도 있었단 말이야? 7등급이면 하위 11%~23% 까지니까 우리 학교에 문과 7등급이면 각 과목 당 13명 정도 있는 것인 데, 세 과목 모두 저 13명에 내가 들어간 거야. 지금 생각하면 나름 뿌듯해. 왜냐? 지금은 서울대 왔으니까, 모든 것이 좋은 추억이 되더라고. 이 글을 읽는 너희 모두 지금 이 순간이 꼭 나처럼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공부를 했던 이유


앞에서 말했지만, 나는 고1때 내신 7등급 학생이었어. 하루에 공부를 거의 안했던 것 같아. 그냥 학원가서 시간 때우다 오는 정도? 왜 그랬냐면 중학교 때까지 프로게이머가 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공부를 중학교 때 잘 안했어. 


 당연히 고1때도 잘 안했지. 물론 고2 때도 잘 안했어. 그리고 고3 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 진짜 갑자기 시작했어. 갑자기 왜 시작했냐면 너희 들은 안 믿겠지만, 진짜 말도 안 되는 이유가 생겼었어. 내가 중학생 때까지 프로게이머를 꿈꾸다가 접고 고등학교 와서 새로 품은 꿈이 야구선수였어. 참 이상하지?

 

 지금 내가 생각해도 진짜 이해 할 수 없어. 근데 그 때는 진짜 진지하게 야구 선수가 하고 싶었어. 어느 정도로 진지했냐면, 엄마한테 학원 간다고 돈 받아서 그 돈으로 동네에 있는 야구 학원가서 학교 끝나고 야구 배웠어. 일주일에 한 세 번 갔던 것 같아. 


 아무튼 고1이랑 고2때 야구를 되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 (잠깐 자랑하자면, 지금도 한 110키로미터의 빠른 공을 던져.) 그렇게 고등학교 1,2학년을 공부는 안하고 야구를 엄청 열심히 하면서 보내고 있었지. 그리고 진지하게 야구부 있는 학교로 전학도 가볼까 생각했었어. 근데 야구 학원 코치님이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너 지금 초등학교 선수보다 야구 못한다.”라면서 말렸었지. 그래서 나는 계속 실력을 키우다가 성인이 되면 일본으로 가려고 했었어, 야구하려고. 일본은 나 같은 이상한 놈들이 많은지, 나 같은 케이스가 많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내 인생을 바꾼 책을 한 권 읽게 돼. 바로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라는 책이야.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방학 숙제였어. 이 책을 읽고 내가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어. 서울대학교는 운동 선수 출신을 선발하지 않아서, 내가 가도 야구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 당시에 머리를 열심히 굴렸지. 일본에 가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야구하는 것과 서울대에 가서 서울대학교 과잠 입고 멋있게 야구하는 것. 아무리 봐도 후자가 좋잖아. 그때부터였어, 나의 행복회로에 서울대가 추가된 것이. 근데 내신 7등급이 어떻게 서울대에 가겠어. 공부하는 법도 몰랐지, 그때는. 그렇게 고2때 마음만 먹고, 딱히 공부를 했었던 것 같지는 않아. 


 근데 고3이 되니까, 또 서울대를 한 번 마음먹으니까, 정말 가고 싶어지더라. 서울대만 가면 국가대표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행복회로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더라고. 그래서 고3되기 전 겨울 방학에 야자를 신청해서 강제로 하루 에 9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있게 돼.



어떻게 공부했나? - 고3


생판 공부란 걸 안하다가 갑자기 하루에 9시간을 하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어. 당연하지. 그래서 처음에는 자기도 하고, 인강 듣는 다고 하고 몰래 아이패드 가지고 놀기도 했었어. 그래도 워낙 오랜 시간을 앉아 있으니까, 공부를 꽤 하게 되긴 하더라. 그렇게 공부를 시작 하긴 했었지. 그 당시 내 공부는 전부 양치기였어. 아는 게 없으니까, 일단 문제집을 엄청 푸는 거야. 진짜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 문제집을 2달 정도 엄청 풀었어. 그렇게 3월을 맞이했고, 3월 모의고사 성적은 343정도 나왔던 것 같아.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어. 방학동안 꽤나 많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안 올랐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양치기 공부법을 실시했지. 그렇게 6월 9월 평가원을 시험 봤는데, 문제를 엄청 많이 푸니까 국어랑 수학 점수가 많이 오르더라. 그렇게 9월 평가원에서 국어 2등급 수학1등급을 받을 수 있었어. 이 시기에 수업 시간에 자습하는 것 포함해서 하루에 9시간 정도 공부했던 것 같아. 9시간 동안 정말 ebs 문제집, 사설 문제집들 사서 풀고, 푼 것 또 사서 풀고, 정말 많은 문제를 풀었어. 그렇게 수능을 보게 되었지. 수학이랑 국어는 확실히 문제를 많이 푸니까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 같아. 국어 2등급 수학 100점을 수능에서 받았어. 하지만 영어는 애초에 해석을 못하는데 문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실력이 늘지가 않더라. 그렇게 수능에서 4등급을 받고, 서울대는 당연히 떨어지게 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양치기 공부법은 좋지 않은 공부 법인 것 같아. 수학 능력 평가 시험은 사고 능력이나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문제를 푼다고 해도 시험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공부하게 되면 효과가 크 지 않은 것 같아. 나는 고3 시절에 공부 하는 법을 몰라서 실패했지만 이 글을 읽는 친구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안 하기를 바랄게. 그리고 그렇게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재수를 하게 되었지. 


재수 이야기까지 쓰면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오늘은 이만 줄이고, 빠르게 다시 찾아오도록 할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혹시 질문이 있다면 쪽지로 주면 빠르게 답장해주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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