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으로 가며>- 고형렬 -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와 해설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2961214
이번에 출제된 시 가운데 고형렬의 <수색으로 가며>를
<시 독해 매뉴얼>의 방법으로 풀이한 김배균 선생님의 원고를 게시합니다.
**
수색(水色)으로 가며
- 고형렬
나는 매일 밤 수색으로 가는데 수색은 보이지 않는다
모래내를 지나 '수색' 표지판 밑으로 들어가지만
여기가 수색 같지는 않다
수색은 이곳이 아닐 것이다 수색이란 말만 있을 뿐이지
붙어 있을 뿐이지 수색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곳을 수색이라 하여도
안개가 낄 때 눈이 내릴 때
내가 매일 밤 수색으로 가면서
왜 내가 수색으로 다다르지 못할까?
날이 갈수록 낯선 이곳 행정과 기사들이 수색이라 하지만
결코 수색이라고 수긍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수색은 이런 곳이 아니다 수색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은 곳이다
거기는 적어도 태백 같은 산이 있고 석탄이 캐지고 삶 천지요
그리고 몇 개 상점에
철사로 걸린 남포등이 어둠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서울의 일부
아무런 꿈도 무서움도 없는 천박하고 저 더러운 식민의 부스럼이다
나는 매일 밤 수색으로 가면서
여하튼 수색으로 가지 않는다
수색은 지금 어느 어둠 속에서
가명으로 누명으로 앓고 있을 것이다
================================================
이 시는 의미는 같은데 시어에 변화를 준 시구들이 많다.
따라서 의미가 같은 시구들끼리 뜯어 모으고,
시어로 시어를 독해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 독해 매뉴얼」 21쪽 ‘뜯어 모아 엮어라’, 23쪽 ‘시어로 시어를 독해하라’
참조
나는 수색으로 가는데 =
내가 수색으로 가면서 = 나는 수색으로 가면서
= 모래내를 지나 '수색' 표지판 밑으로 들어가지만
수색이란 말만 있을 뿐이지
= (표지판이) 붙어 있을 뿐이지 = 많은 사람이 이곳을 수색이라 하여도
= 행정과 기사들이 수색이라 하지만
수색은 보이지 않는다 =
여기가 수색 같지는 않다 = 수색은 이곳이 아닐 것이다
= 수색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 그렇다 수색은 이런 곳이 아니다 = 가명으로 누명으로
왜 내가 수색으로 다다르지 못할까? = 결코 수색이라고 수긍하지는 않는다 = 여하튼 수색으로 가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낯선 이곳 =
그러나 이곳은 서울의 일부 = 아무런 꿈도 무서움도 없는 천박하고 저 더러운 식민의 부스럼이다
= 수색은 지금 앓고 있을 것이다
수색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은 곳이다 = 거기는 적어도 태백 같은 산이 있고 석탄이 캐지고 삶 천지요 그리고
몇 개 상점에 철사로 걸린 남포등이 어둠을 먹어야 한다
매일 밤 = 안개가 낄 때 눈이 내릴 때 = 어느 어둠 속에서
‘안개, 눈, 어둠,
밤’처럼 사람이, 생명이 살기 힘든 시공간을 표현한
시어들은
화자나 시적 대상이 힘든 상황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밝은(어둠을 먹는) 공간은 좋은 상황을 의미한다.
「시 독해 매뉴얼」 123쪽 ‘시공간 익히기’ 참조
위 시어들을 뜯어 모아 엮어
나는 매일 밤 수색으로 가는데 수색이란 말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화려한 수색은 날이 갈수록 낯설다.
라고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수색은 삶의 공간이자, 우리들의 삶을 의미한다.
화자가 수색을 낯설어하는 것은
지금의 수색은 꿈도 무서움도 없고, 천박하고, 더러운 식민의 부스럼이고, 앓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화려한 서울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화자가 바라는 수색은 삶이
가득한(천지) 공간이다.
안개, 눈, 어둠, 밤으로 덮인 공간이 아니라 크게 밝은(태백) 공간이기를
바란다.
크게 밝은 곳(태백)에서 노동을
하며(석탄이 캐지고) 어둠을 밝히는(남포등이
어둠을 먹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화자는 수색이 화려하지만 앓고 있는(병든) 공간이 아니라,
노동을 하며 어둠을 밝히고, 꿈이 있고, 삶을 두려워하고(경외감), 천박하지 않은 삶의 공간이기를
바란다.
2012년 7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어 영역 문제 중,
위 시와 관련 있는 문제를 살펴보자.
24번 문제의 ②
‘그렇다 수색은 ~ 삶 천지요 ~ 어둠을 먹어야 한다’
‘~ 하여야 한다.’는 의무, 책임 등을 나타내는 말로 생각이나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화려하지만 병든 삶이 아니라, 크게 밝은, 어둠을 먹는 삶이 가득하길(천지) 바라는 화자의
정서(지향하는 가치)가
수색이라는 공간을 통해 강하게 표현되었다. 이처럼 어조로 화자의 정서를 파악할 수 있다.
「시 독해 매뉴얼」 88쪽 ‘어조로 정서 독해하기’ 참조
25번 문제의 ④
‘태백 같은
산’은 ‘수색은 ~ 태백 같은 산이 있고 ~ 어둠을 먹어야
한다’ 라는 화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표현된
시구의 일부이다. 따라서 화자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26번 문제의 ①
화자는 ‘수색’을 이야기하는데, 수색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을 지향하는 삶, 즉 화려하지만 꿈도 무서움도 없고, 천박하고, 더러운 삶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수색은 상징적 시어라 할 수 있다.
「시
독해 매뉴얼」 296쪽 '수능 현대시 어휘 사전' 상징과 23쪽 ‘시어로 시어를 독해하기’ 참조
26번 문제의 ④
‘수색은 ~ 어둠을 먹어야 한다, 수색은 ~ 앓고 있을 것이다’를 통해 수색(사물)에 인격을 부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낯선
이곳(수색)’이라는 시구로 대상에 대한 친근감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6번 문제의 ⑤
나는 매일 밤 수색으로 가면서 / 여하튼 수색으로 가지 않는다
‘가면서 ~ 가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얼핏 보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나 자세히 보면 말이 되는 표현이 역설이라 할 수
있다.
앞의 ‘수색’은 화려한 지금의 수색이고, 뒤의 수색은 화자가 바라는(지향하는)
수색이다.
화자는 매일 밤 화려한 수색으로 가지만 화자가 지향하는 수색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였다.
「시
독해 매뉴얼」 300쪽 '수능 현대시 어휘 사전' '역설' 참조
28번 문제의 ④
날이 갈수록 낯선
이곳(수색)이라는 시구로 ‘나는 이런 수색에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는
시의 내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김배균 쌤이 쓴 <시 독해 매뉴얼> 구입처 :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YES 24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무물보 6
비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 제발
-
탐구비율 늘렸다 5
늘렸다
-
왜냐면 내가 찐따임.
-
이감 4-1 10
화작 87점인데 이거 1 될라나 물론사설에의미부여하는거병신인건알음..
-
쪼매 감동이노
-
심심해요
-
아니면 선택?
-
특히 대치는 나가지마세요
-
쓰뗍뚜씨즌인더쓰어어언~
-
덕코는 저에게..
-
오르비 노잼 2
ㅠ
-
드릴5 풀고 문해전 시즌1 생각중인데 괜찮나요? 확통 백분위 91입니다
-
ㅊㅇㅊ 아는사람 5
좋아요추><
-
. 2
-
지금 고3 인데 아빠가 컨설팅 받아보라고 하신다.. 가격릉 70정도고 지금 생기부...
-
입에 문 메로나 막대 빼고 이불 속에 넣고 재우기
-
어디가 끌리심
-
대학 진학에 많이 불리할까요? 다 교과로 넣을 생각이고 스카이 진학 생각...
-
메가에 안뜨는데.. ㅠ
-
덕코가 고프다 4
많이..
-
잡생각 많아서 공부에 집중 안될 때 어떡해야할까요? 2
진짜 인간관계고 성적이고 상황이고 뭐고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데 그런 고민들...
-
ㅅㅂ 예전에 다운받은 애니짤들인가 오늘도 많은걸 배우는구나.,,,,,,,,,, 근데...
-
이시간에 무물보? 21
아무고나 물어봐욥 ~.~
-
1등급 막차가 아닐까요 3학년 1학기 기말 덕분에 딱 독서 1등급 꼬리돼서 째진 기억이
-
하 어카지 수능탐구최종선택하는데 써야해서 꼭 봐야하는데
-
맞팔구 9
요즘엔 글 많이 안 쓰지만 맞팔 구해용 잡담태그 잘 달ㄹ아요
-
맞팔받습니다 3
ㄱㄱ
-
댓글을 달았는거같은데 엊ㅅ어
-
보통 논술 공부는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
엥간한 실력자 아닌 이상 허수인듯 내가 더프나 킬캠 이런 실모 풀면 6~4개 정도...
-
국어 연계가 갈수록 중요하다고 하고, 사교육업계의 호들갑이 심해지고 있다고...
-
문과가 공대가면 1
한번도 과탐 해본 적 없고 미적도 안해봤고 고1 통합과학만 했던 문과가 공대가면...
-
집에만 있으니깐 영어나 수학공부나 해두고싶은데 영어는 요즘 누구듣나요 조정식이나...
-
생윤 생명 고민 0
24수능 생지 후에 7월부터 반수결심해서 일주일간 생윤공부를 해보았는데요.. 사문은...
-
안 가 봄..
-
해외축구,게임,정치,군대,애니이야기
-
야식을먹고싶구나 14
자야겠죠?
-
난이도 말고 복전 했을때 원전공 학점 최소한으로 듣고 공대쪽 집중하고 싶어서요....
-
그거 하면 등급바뀌니까 하는거임? 진짜 개귀찮아져서 하기가 싫던데
-
아오
-
고2이고 2학기때 내신 수2하는데 뉴런 수1을 조금 들은상태여서 지금부터 여름방학...
-
메인글 ㅋㅋㅋ 7
아 내 원어민 친구가 이랬다고 ㅋㅋ 진짜 개뿜었네
-
뭐가 더 낫다고 보시나요?
-
수시러다 보니깐 고3 들어와서 자이,일품,블라,고쟁이 요런거랑 학교 기출문제들만...
-
코로나라서 온라인수업 째고 롤 솔랭만 600판 돌렸었는데…. (이렇게해도 실버)...
-
좀 난이도 있는편인가요
-
정시로 미적+과탐1+사탐1로 경기권 공대 갈 수 있나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