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 생활 수기) 꿈이 프로게이머였던 연대생 4 (완결)(성적표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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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즈백 님의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
구분 | 표점 | 백 | 등 |
---|---|---|---|
한국사 | - | - | 2 |
국어 | 134 | 98 | 1 |
수학 나 | 138 | 98 | 1 |
영어 | - | - | 1 |
사회 문화 | 63 | 91 | 2 |
생활과 윤리 | 64 | 95 | 1 |
처음 학교에 합격하고 재수를 결심한 나는 집에 재수를 할테니 지원해달라는 선전포고를 했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말과 함께 뒤지게 혼났다.
집 사정 뻔히 알면서 너까지 왜그러냐고 했다.(누나가 중,고등학생때 요리를 해서 돈을 많이 썼다.)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혼자 계획을 세웠다.
우선 학교를 몰래 자퇴하는건 안되니 방학 기간동안 돈을 벌어 반수를 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생각을 한 다음날 바로 스키장 아르바이트에 지원했고 겨울방학 내내 친구들이 술을 마시며 놀 때 반수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스키장에서 주5일 근무를 했다.
그렇게 2월 말까지 4백만원 정도를 모으고 처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정말 충격적이었다.
자유.
딱 한 단어로 그 삶을 정의내릴 수 있었다.
지방에서 학교를 다녔던 나는 서울에 와서 눈이 동그래졌다.
늦게 일어나도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고
늦게 기숙사에 들어가도 혼나지도 않았다.
각종 술자리와 미팅, 동아리 행사, 축제 등 한 학기동안 나를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3월,4월을 합쳐 28일 연속으로 술을 마실만큼 정말 미친듯이 놀았다.
반수 공부 ? 어림도 없었다. 그냥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미팅은 10번 이상 나갔으며, 동아리는 3개를 했다.
또 반수 실패했을 때 복학이 두려워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여 학점도 꽤나 잘 받아 성적 장학생으로 뽑히게 되었다.
그래도 SKY에 꼭 가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반수를 결국 하기로 했다.
1학기를 마칠때쯤 시대x재, 강남대x등의 학원에서 반수생 반을 모집했고
시대x재 학원은 떨어졌고 강남대x 학원의 6야반에 합격하게 되었다.
방학을 하고 고향에 내려가 반수를 할 것임을 선언했다.
집안에서는 당연히 반대했다. 죽어도 안된다고 학교 잘 다니다가 왜 갑자기 그러냐고 설득했다.
하지만 항상 집에서 설득을 하면 접어주던 내가 이번에는 고집을 부렸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집에서는 결국 ok사인이 떨어졌고 반수 학원비 지원을 허락받았다.
그러나 또 재앙이 일어났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누군가가 고향 집을 지켰어야했는데,
누나는 대학을 다니고 다른 가족들 또한 개개인의 사정으로 그게 불가능했다.
결국 내가 학원을 포기하고 독서실 반수를 하게 된 계기이다.
반수를 시작한 것은 7월 초 정도로 기억한다.
독서실을 등록하고 매일 7시 30분에 일어나 독서실을 갔고 23시에 집에 왔다.
초반에는 공부가 정말 잘 됐다.
사실 이미 대부분 아는 지식이었고 복습이었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간이 점차 지나감에 따라 지쳐갔다.
외향적이었던 아이가 독서실 1인실에 틀어박혀 혼자 하루 12시간 이상을 공부만 하고 있으니 좀이 쑤셨고
술을 마시다가 확 끊어서 정말 힘들었고
게임 또한 접었기에 삶의 낙이 없었다.
또한 제일 친했던 동기에게 나의 반수 소식을 알렸었는데, 그 친구가 술김에 대학 동기들에게 전부 알려버렸다.
정말 원망스러웠다. 한 학기 동안 거의 매일 같이 다녔고, 알바 마치면 데리러 갔고, 학교도 같이 다니던 친구였다.
그 친구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나보고 '너가 잘하고 갔어야지, 난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더라
고등학교 입학 이후로 처음 울었다. 그 친구가 그 사실을 알렸다는 사실 자체가 억울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한 학기동안 그 친구에게 바쳤던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울었다.
너무 억울했고 한스러웠다.
그날 끊었던 술을 엄청나게 마셨다.
울면서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그 친구는 피시방에서 롤을 하다가 뛰어왔다.
정말 고마웠다.
울면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놨고 그 친구는 아무말안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친구덕분에 무너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뿐이지 너무 힘들었다.
목표하는 대학 하나로 버티고 공부해보려 했지만 우울증이 왔다.
공부할 때는 괜찮았지만 매일 밤에 누우면 너무 내 스스로가 처량했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외로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에 지치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 방안이 필요했다.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가끔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었다.
반수를 하는 친구들과 점심이나 저녁에 만나서 밥을 먹고 다시 독서실에 갔다.
잠깐이지만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서로 힘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니 외로운 부분이 상당히 극복됐다.
또한 공부에 지치지 않기 위해 하루의 목표를 세웠다.
뜬금없겠지만 그 목표는 22시에 올라오는 괴물쥐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보겠다는 집념 하나로 22시까지 평소 23시에 끝마치던 공부를 휘몰아치듯이 해결했고
집에 와서 괴물쥐의 영상을 보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수능날이 됐다.
수능 전 날까지 모든 상황에 대한 예행연습을 했다.
혹시라도 작년처럼 국어 시간에 코를 고는 미친놈이 있을까봐 일부러 아줌마들이 많은 카페에 가서 국어 모의고사를 풀어봤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또 말썽을 일으킬까봐 매일 아침을 엄청 많이 먹고 배가 아픈상태로 국어 모의고사를 계속 쳤다.
여러가지 시뮬레이션 끝에 완성됐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해 목표는 수능 만점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수능 만점을 받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수능장에 들어갔다.
작년에 국어 예열을 1시간 동안 해버려서 본 시험에서 망쳤던 경험이 있기에 예열을 아예 하지 않았다.
국어 시간이 됐고 평소처럼 풀었다. 배가 아팠지만 괜찮았다. 나는 익숙하니까.
다 풀고 30분이 남았고 널널하게 화장실에 갔다.
이게 패착이었다. 이건 나중에 설명하겠다.
수학 시간 ㅈ됐다.
나는 1~20을 풀고 22~29를 풀고 21,30을 푼다.
그런데 ㄱㄴㄷ 문제가 안풀린다.
그 전날 본 유튜브 영상으로는 ㄱㄷ과 ㄱㄴㄷ이 있으면 무조건 ㄷ이 맞다고 했는데
아무리 풀어도 ㄱㄴ 밖에 답이 안나온다.
또 답의 개수가 안맞다.
한 번호는 6개가 나왔다. 미치는줄 알았다.
또 28번이 안풀린다 ㅋㅋㅋㅋ
어떻게 푸는지 감이 안잡혔다.
29번은 갑자기 확통이다 아 근데 이건 킬캠에서 맨날 확통이었어서 그냥 풀었다.
21,28,30을 남기고 50분 정도가 남았고 21을 먼저 풀기로 했다.
21을 푸는데 ??? 수열이네 ???
규칙성을 찾아보는데 띄엄띄엄 규칙성이 있는 것 같았다.
63항이어서 무언가 큰 규칙을 예상했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현우진 선생님이 말씀하신게 기억났다.
'그 숫자는 누군가에게는 큰 숫자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숫자일수도 있다. 그거 적고 대학갈래 아니면 한 번 더할래 ?'
그냥 63항을 다 적었다.
ㅈ댔다. 답이 안나온다
선지에 답이 없다. 남은 시간 30분 고민했다.
다 풀고 다시 올것인가
아니면 그냥 이걸 풀것인가
답은 간단했다. 그냥 지우개로 다 지우고 63항까지 다시 헤아렸다.
10분이 남았을 때 답이 나왔고 omr 마킹하고 객관식 제대로 풀었는지 검토하고 28,30은 결국 못풀고 제출했다.
밥을 먹는데 토할 것 같았다.
주변에 재수생 친구들이 ㄱㄴㄷ 답이 ㄱㄴㄷ라고 하며 나를 기만했다.
가장 많이 한 수학 때문에 대학을 못가는구나 싶었다.
재수없으면 80점까지도 나오겠다 라고 생각했다.(답 개수가 안맞아서,,,)
최악의 컨디션으로 영어를 봤고 그냥 대충 1등급 정도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한국사 시간 풀고 자려는데 가채점표를 스윽 보니 수학 29번 답이 이상했다.
나는 omr을 다 옮기고 그 omr을 보고 가채점표를 작성하는 습관이있는데 답이 내가 생각한것과 달랐다.
한국사 시험지에 즉석으로 다시 계산해보니 ㅋㅋ 틀렸다.
315 - 20인가 30을 해야하는데 그 반대로 해서 답이 잘못나왔던 것이었다.
진짜 자살마려웠다. 그냥 나가고 싶었다.
사탐 만점 받아도 복학해야할것만 같았다.
그래도 사탐은 보자라는 생각에 사탐을 봤는데
멘탈이 나간 상태로 풀어서 진짜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더라
사탐 시간이 끝나고 제2외국어는 포기하고 나왔다.
서울대는 절대 못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해봤다.
쒜엣 국어에서 두개가 나갔다.
문법이랑 문학에서 각각 하나씩 틀려 94점이었다.
사실 수학 조진걸 국어로 커버치면 괜찮다는 생각하나로 버텼는데, 국어가 94점인 이상 이미 가능성이 없었다.
그래도 그냥 다 채점해보자라는 생각에 수학을 채점해보니 ???? 21번까지 다 맞았다.
그 빌어먹을 ㄱㄴㄷ 문제가 ㄱㄴ이 답이었던 것이다.
예상했던대로 29번을 틀렸지만 88점으로 나름 선방했다.
여기서 희망을 가졌다.
어 ? 이거 잘하면 ?
영어는 2번을 틀렸지만 빈칸을 다 맞아서 1등급을 받았다.(사랑해요 션t)
이대로라면 연대는 무조건이다.
하지만 ㅋㅋ 멘탈 나간 상태로 본 사탐이 가관이었다.
생활과 윤리는 공리주의 문제를 틀렸고 ㅋㅋㅋ
사회 문화에서는 기능론 갈등론 상상론을 틀렸다. ㅋㅋㅋ
진짜 울고싶었다. 작년 수능에서 사탐 33을 받아서 대학을 못갔는데 이번에도 사탐때문에 못가는가 싶었다.
점수를 보고 메가스터디에 입력했는데 그런데 이게 무슨 일 ?
전과목 1등급이라고 나왔고 연세대학교에 지원이 가능한 성적대였다.
물론 성적표에는 사회문화가 2등급이 찍혀서 왔다 (쒜엣!!!!)
그런데 국어가 1등급 컷에서 3점이 높았고
수학이 1등급 컷에서 4점이 높아서 그걸로 커버를 치고 연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제 수험 생활 수기였습니다~!!!!!
쓰는데 중간중간 생략된 썰이 몇개 있는데 이건 유튜브에서 풀고 싶어서.. 조금 아껴두기로 했어요
130일 반수하면서 문제집은 150권 정도 풀었습니다.
거의 하루에 한 권 이상 풀었다고 보시면 돼요
130일 반수하면서 들었던 비용은 대략 500만원 정도 사용한 것 같은데요,
집에서 지원 한 푼도 없었고, 독서실비 교재비 인강비 전부 제 돈으로 해결했어요.
생각해보니 돈이 조금 모자라서 중간에 중고나라에서 중고 교재를 샀는데 사기당해서 경찰서에 가서 사기로 고소했던 썰도 있네요 ㅋㅋㅋㅋㅋ
정말 힘들었고 제 인생에서 가장 외로웠던 시기인 것 같아요.
제가 필력이 안좋아서 글 읽는데 불편하지는 않으셨나 걱정이 되네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고 여러분들 꼭 올해 반수, 재수 성공하시길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 어제 선거때문에 바로 묻혀서 재업로드 했습니다. 시기를 잘못맞췄네요
시간 되시는 분은 유튜브 구독좀....
https://www.youtube.com/channel/UCydFMJqz2dtb01R0Yge3ZWA?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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