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소졸 [383625] · MS 2011 · 쪽지

2012-06-30 21:59:20
조회수 3,588

대한민국에서 학벌이 활용되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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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언론계에서는 말입니다.



항간에 도는 소문이 있습니다.

모 일간지는 어느 대학 동문회더라,

모 일간지는 어느 대학을 밀어준다더라,

근거 없는 루머라고 치부하기엔,

그 일간지에 그 대학 출신이 꽤 많아요.


메이저 일간지 중 하나인 한국일보의 경우,

2009년엔가, 공채를 하는 대신 몇 개 대학에 추천 형식으로 학생을 받아 인턴을 뽑고 수습으로 전환시켰죠.
(물론 이 때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공채를 하기 버거웠다는 사정이 있었지만)


조선일보의 경우 2006년엔가,

서울대생을 특채로 뽑는다는 공문을 서울대로 보냈다가 그게 언론에 공개가 되면서 물의를 빚었고요.


대표적인 진보 언론사인 오마이뉴스의 경우,

'대학생' 기자단을 운영하며,

'대학생' 인턴을 뽑고,

'대학생' 기자상을 선발했었습니다.
(그나마 이건 작년에 와서야 겨우 학벌 제한을 풀었지만요)

수습기자의 경우 학력 제한이 없지만,

하는 걸 보면 대학생을 느무느무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런데도 기사 논조 보면 학벌 비판 엄청 해요. -_-;;


이런 건 지역 매체로 가면 더 심한데,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일간지는,

그 지역의 대표 국립대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뭐 그런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경인일보에 인하대 출신이 많다,

그럼 신입 수습기자로 들어온 사람 중에서,

인하대 출신은 자기 선배가 데려 갑니다.


기자의 경우 학부시절부터 학보사나 교지, 방송반 등에서 일했을 확률이 높고,

대개 선배들도 언론사에 취업해 있기 때문에,

유대감은 더욱 끈끈합니다.


그럼 자기 대학 후배를 데려간 선배는,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자기 동기 및 선후배들한테 그 후배를 인사시킵니다.

"전에 내가 말했던 내 후배 아무개야. 인사해."


그럼 그 수습기자는 단지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다른 대학 출신 동기들보다 훨씬 유리하게 시작하는 겁니다.



흔히 전라도, 해병대, 고대 출신이면 최고라고 하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것은,

이 나라, 이 사회가 파벌과 인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라도 좋은 학벌을 갖는 것은 꽤나 유의미합니다.



올 상반기에 개봉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신 분들이라면,

가진 거라곤 쥐뿔도 없는 최익현(최민식)이 어떻게 끝내는 최형배(하정우)를 이기고 승자가 되었는가,

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최형배는 주먹도 세고, 밑에 충성스러운 조직원도 상당수 거느린 프로 건달이었지만,

최익현처럼 인맥을 만들진 못했습니다.


극중 최익현이 자기 품에서 수첩을 꺼내며 "이게 10억짜리 수첩"이라고 하는데,

그 수첩에 적힌 전화번호는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의 그것이었죠.


그 인맥을 활용하여 최익현은 감옥에 들어갈 때마다 풀려날 수 있었고,

끝내는 자신을 괴롭히던 검사마저 굴복시킬 수 있었지만,

인맥이 없는 최형배는 한 큐에 붙잡혀 인생을 쫑내고 맙니다.


물론 최익현에게는 그럴 듯한 학벌이 없습니다.

그래서 최익현이 활용하는 게 바로 혈연이죠.

경주 최씨 충렬공파라는 혈연을 이용해 거의 남이나 다름 없는 10촌 촌수의 먼친척까지 찾아가 로비를 했고,

그렇게 점차 인맥을 쌓아나가면서 안기부로 통하는 금줄을 틀어쥘 수 있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이런 게 좋은 거죠.

다른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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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꼴찡>,.< · 379287 · 12/06/30 22:32

    같은 학과내에서도 지역별 향우회를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모이기도 하죠
    유대감측면에서보면 나쁘다고 할순 없을것 같아요 다만 그 그룹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은...ㅠ

  • 동엽신 · 307839 · 12/07/01 00:50 · MS 2009

    학교에서도 모 고등학교 단합회니 해병대 단합회니 이런게 종종 보여요;;우리나라가 이런거는 안없어질듯 해요

  • 베가펑크 · 78546 · 12/07/01 01:24 · MS 2005

    혹시 미국도 학연, 지연 같은거 심한가요?? 미국은 다른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 전통성이 짧고, 인종유입(서유럽, 동유럽, 중국, 한국, 필리핀, 인도 등등..)이 가장 빈번한 나라여서, 그런 곳 조차도 나름의 학연,지연이 심한지 궁금하네요..유태인이 미국 부를 많이 차지하고 있으니 혈연도 있을라나..??

    미국 상류 계층에서는 아이비리그 학부과정을 중요시여긴다는 건 기사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다른건 모르겠어요

    서독님, 혹시 우리나라는 다른나라들에 비해 학연,지연 따지는 정도가 어느정도로 심한지 알고 계시면..답글 부탁드립니다ㅋㅋ

    전라도, 고대, 해병대 등등..개인적으로 심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나라와 비교하면 어떤정도인지 많이 궁금하네요..ㅋ

    ps. 집 근처 모 명문 고등학교는 동문 연고전도 하던데 ㅋㅋ

  • locomotive · 408293 · 12/07/01 12:00 · MS 2012

    미국도 꽤 심할걸요? 아마 제가 알기로는 모든 선진국의 엘리트 계층들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하다고 알고 있어요
    일본도 오죽 심했으면 초등학교 입시때부터 치열하잖아요 인맥 만들려고 ㅇㅇ

  • 용호상박 · 386363 · 12/07/01 09:13 · MS 2011

    중요한건 그렇게 혜택을 본 사람들은 절대 이 구도를 깨지 못한다는거죠.. 그리고 악순환이돠면서 대한민국을 망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