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나, 그리고 휴학과 자퇴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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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임미다.
예전부터 제 입시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으나
일이며 약속이며, 새 대학 등록이며 이래저래 바빠서 ㅎㅎ...
원래는 현역때부터의 입시 여정을 쭉 쓰려고 했으나
너무 길어져서, 일단 재수 때 휴학/자퇴에 관해 썼읍니다.
저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은...
저는 작년 중에 쭉 활동했구요,
제가 정리한 공부방법들을 바탕으로 글도 몇 개 쓰고,
시험 해설같은 것도 올리는 (전)시.대인재 재수생임다.
지난 링크
[행동강령]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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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야기 시작하겠슴다.
I. 현역 입시 이후, 재종 입학까지.
좋은 곳에 붙었다.
아버지/어머니의 주변 사람들도 다 알아듣고 칭찬해줄 만큼.
연장의 사촌을 둔 가족들이 진로와 대학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멈출 만큼.
지금의 대학도 사실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의대? 의대는 또 다른 얘기였다.
좋아하는 생명 과학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물리/수학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내 생각과 다르게 우리 과에는 생물 관련된 수업이 현저히 적었다.
이런 점에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독한 마음을 먹기 위해 휴학을 결심했다.
나는 분위기에 워낙 잘 휩쓸리는 타입이기 때문에,
대학을 다니다가 거기에 안주해 버릴 내 자신이 눈에 선했다.
무엇보다도 대학을 가서, 또 대학원을 가서,
내가 지금 내리지 않은 결정을 평생 곱씹으면서 살 것 같았다.
2020 입시가 실패하든, 성공하든,
내가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계속 내 자신을 탓할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재수했으면, XX대 의대는 갔을걸?" 하면서
무의미한 후회를 하며 나를 깎아먹을 것 같았다.
내가 흐트러질 것을 고려해서,
대치동의 S학원으로 골랐다.
독재는 말할 것도 없고, 여타 재종 또한 소규모 반으로 운영되기에
서로서로 친해지면서 집중하지 못할 게 뻔했다.
또한, 소정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재종 등록할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은 없었다.
단지, 2020 수능을 위한 나의 자세를 가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입학 시험, 수강 신청, OT 안내, 단톡방 초대 등의 메시지가 나를 스쳐갔다.
2019년 2월 18일, 재종에서의 첫날이 시작되었고,
나는 내 자리로 물러나 최선을 다했다.
II. 휴학
2019년 3월 4일, 휴학을 위해 학교를 처음으로 들렀다.
교수와 면담이 필요한 것을 모르고 있다가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ㅋㅋㅋ...
그래서 부랴부랴 가까운 날로 잡고 담임교수를 뵙기 위해 갔다.
그렇게 유명하다던 우리 대학교 문도 그날 처음 보았고,
버스 엔진의 굉음 소리로 학교의 높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휴학은 생각보다 빠르고,
또 고통스러웠다.
처음엔 사실 흔한 "집안 가정형편" 레퍼토리로 둘러대려 했으나,
이내 들통이 났다. 그래서 두 배로 혼났다.
(여러분도 거짓말 하지 마세요;; 교수님들은 다 아십니다)
또한,
1. 현역 정시로 의대에 붙었으나 가지 않은 점.
사실 지방사립대 의대를 두 군데 합격했었다.
그런데 워낙 집에서 먼 걸 싫어해서,
또 서울대의 네임 밸류가 좋아 보여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입학을 거절한 바 있다.
2. 헛되이 자리를 차지한 점.
이 과에 진정으로 들어오고 싶던 아이 하나의 자리를 뺏었다.
이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실 지금까지도 최종 예비 1번에 대해 진정으로 미안하고,
자퇴하러 갈 때 죄책감도 느꼈던 것 같다.
3. 아직 생명 과학의 본질을 "깨우치지 못한" 점.
'물리와 수학이 껄끄럽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생물의 본질이란, 수학과 물리를 포함하는 것이다.
요즘 발전하는 생물학은 전부 정보/컴퓨터학 등을 포함하고 있다.
생물을 진정으로 하고 싶다면, 이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사항에 관해서 꾸지람을 들었다.
'예 교수님. 저는 싫습니다.
그게 생물의 본질이라면 저는 더더욱 의대를 가겠습니다.'
라고 마음으로 생각만 하고, 사인을 받고 나왔다.
원래는 학원에 바로 복귀해서 오후 수업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때려쳤다.
기분이 우울했다.
실패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몰아쳤다.
III. 자퇴
시간이 흘러 2020 입시가 끝나고,
정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웹으로 자퇴를 신청했다.
그 교수와의 상담을 정할 용기가 생긴 건 한참 뒤였지만...
난 솔직히 휴학할 때보다 더 많이 혼날 줄 알았다.
과를 진정으로 떠나는 것에 대해
많은 설득과 회유가 있을 줄 알았다.
자퇴서를 인쇄해, 떨리는 마음으로 공학관에 다시 갔다.
그러나, 교수님이 하신 말씀은 이러했다.
'그래, 자네가 1년 휴학을 했다고?' (교수님은 날 기억하지 못하셨다)
'예. 맞습니다.'
'그래, 내가 여기서 자네를 굳이 돌리려고 하지 않겠네.
일년간 많은 생각을 했음에도 그 결정을 내린 거면,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을 거란 걸 잘 아네.
그래,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내 사인이 필요한가?'
...
이후, 약 10개월 전과 같은 사인을 받고, 7분만에 방문이 끝이 났다.
IV. 그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대학에 등록금을 넣기 전에
전적대 포털에서 제적 확인을 했고,
곧 등록금도 반환받을 것이다.
솔직히 많이 떨린다.
선택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TMI지만 - 어머니께서는 옛날 생각이 난다고 했다.
2012년 초 당시 교육청 영재교육원에 합격한 적 있다.
그러나 모종의 일로 인해 결국에는 영재원을 포기한 후 타지로 떠나게 되었다.
만약 남아있었다면 영재원을 무리없이 다니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영재고를 들어가지 않았을까?
그때도 많은 기회를 포기했었지만
지금 나름 좋은 기회를 일궈낸 걸 보면,
선택이 무엇이든 결국에는 잘 굴러가는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도 열심히 달려야지.
이번 선택 또한 헛되지 않기를.
(+제적 ㅇㅈ)
지난 1년간 활동하면서
응원도 많이 얻고, 도움도 많이 받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ㅎㅎ
앞으로 얼마나 글을 쓸지는 모르겠으나, 공부 관련된 건 꾸준히 써보려고 해요.
의대 가서도 열심히 해서, 제가 가진 목표 꼭 이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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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어여 원하시는 공부 즐겁게 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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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센빠이
설화생공...1학년때 수시 목표로잡고 생기부꾸미다가 지금은 재수로 의대노립니다 시데가서 열심히하고 성공할게요
좋은 학원에서 열심히 하면 꼭 성공할 거예요
과사에서 1분만에 받아주더라구여
정말 멋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나 나나 앞길 화이팅 합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혹시 이번에 어디로 가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의대인데요... 지방은 아닌 의대?
제대로 말씀은 못드리구...
유나루님 팬입니다~~~진정 쿨하구 스마트하구~~~우리 모두 좋은 의사가 될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시.데 선배님 존경스럽읍니다
꼭 좋은 성과 일구시길
넹
공대 중에선 가장 가고 싶은 과였어요
나루님!!
감삼다
좋은글
좋은글이다
어우 그정도까지는... ㅎㅎ
감삼다
성공 하십시다
장신 존잘의 연대생
서울대는 역시 교수님도 대단하시군..
재수하면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저.. 입학시험 안 가면 어케돼요?..
기초영어 기초수학 들어야되지 않음?
아하
감삼다
화이팅이애오
불꽃화생이네요 ㅎㅎ
의대진학 여부를 두고 가장 많이 고민하는거 같아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되게 많이 고민했어요 여러 결정 사이에서...
특히 이번에 논술을 떨어지면 정시가 막막해서
다시 서울대 써서 전과/복학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슴다
축하드립니다. 올해 칼럼들 보면서 많은 도움 받았어요 ㅎ.
감삼다 ㅠ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