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익은파프리카 [80645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8-09-12 13: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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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의 기적.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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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orbi.kr/0003046381/10퍼센트의%20수험생)

lacri님의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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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기간 너무 파이널만 풀어제끼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한 번 더 찾아나가 보세요. 여러분은 시험 바로 전 날 커다란 구멍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불안해 하지 말고, 범인을 찾아내서 점수를 올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고 신난다고 생각하세요. 여전히 여러분의 실력에는 구멍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400점을 받지 못했죠. 남은 60일 꼼꼼한 탐정이 되어 구멍들을 메워봅시다.




60일이라는 시간은 내 극한과 한계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서울대 의대 동기인 제 친한 친구의 수기를 한 번 빌어와 보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난 의지가 약한 놈이었다. 언제나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는 노력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랬고 재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 번 내 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열심히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내가 어떤 놈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그야말로 미친듯이 공부했다.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경쟁상대를 만났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내 자신을 이겼을 때, 나는 최고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동안은 계속 져왔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또한 공부를 하면서 처음에는 나중의 결과에 대한 압박감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내 자신과 싸워 이긴다면, 결과가 어떻든지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내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부하는 순간에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내 자신과의 싸움만을 의식했다. 어느덧 이번 공부는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하는 입시공부가 아니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정말로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45일만에 수능 완성’

…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처음에는 ‘목표’일 뿐이었다. 이번 계획은 예전의 계획들과 확실히 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현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높아졌다. 하루에 거의 20시간씩 공부했다. 잠은 거의 자지 않았다. 처음으로 목표한 바를 완벽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활은 이러했다.

우선 독서실에서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했다. 식사시간은 30분 이내였고, 밥을 먹을 때도 책을 보면서 공부한 적이 많았다. 자정 무렵 공부가 끝나면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로 가는 도중에는 학교 학생들이 많이 가는 술집들을 거쳐야 했는데, 그곳에서 즐겁게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노는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과감히 떨쳐버렸다. 기숙사로 와서 샤워를 한 뒤 새벽 1시부터는 학교 도서관을 이용했다. 그 시간대에는 도서관에 아무도 없었다. … 학교 매점에서 산 음료수와 수건을 갖고 가서 계속 세수하고 땀을 닦으면서 새벽 6~7시까지 공부를 했다. 졸릴 때면 화장실에 가서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1~2분 동안 물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쉬지 않았다. 그러면 잠이 달아났다.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 시간대에 도서관에 학생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학점 1점대였던 학생이 밤부터 새벽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말 힘들었다. 가끔 아무도 없는 대학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는 내 자신을 생각하면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곧 사라졌고 치열하게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생각되었다. 

새벽에 공부가 끝나면 기숙사에 돌아와 2~3시간 정도 잠을 잔 뒤 다시 독서실로 가서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부모님 없이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 이번에는 달라졌다. 혼자서도 2~3시간만 자고도 벌떡 일어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랬던 자신이 정말 신기했다.

한 번은 3일 밤을 새면서 공부를 했다. 3일 동안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때문에 코피를 흘렸다.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말 기뻤다. 코에서 자랑스러운 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열심히 해야만 했다. 내가 목표로 세운 대학에 가려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노력뿐이었다.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 때 난 정말 멋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45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멋진 시간이었다. 요즘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서울대 의대생이라면 수험 생활의 어느 시점에서건 한 번쯤은 이 정도의 고통과, 동시에 엑스터시를 수반하는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기의 거의 모든 부분이 내가 실제로 체험한 것 같이 공감이 되거든요.


꿈꾸던 대학에 오면 정말 좋죠.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대학생이 되어도 1~2학년 때에는 계속 수험 생활을 하는 악몽을 이따금 꾸게 됩니다. 또다시 수능을 보는 악몽을 꾸고 일어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서…


‘아, 지금 내가, 꿈속에서 그렇게 되기 위해 안달하고 간절하게 노력하던 서울대생이 이미 되어 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고 안도할 때의 쾌감을, 여러분도 느껴 보세요. 60일에 달려있습니다. 9월 모의평가의 굴레를 뚫고 하늘로 비상하는 10%가 되어 보세요.




특히 이제는 도시락 같이 까줄 사람도 없는 장수생, 독학생, 도움도 없이 몰래 시험 보는 학생들… 정말 힘들 때입니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죠. 조금만 더 힘냅시다. 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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