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과 학생 [357512] · MS 2010 · 쪽지

2018-08-29 22: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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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앞두고 불안한 마음 다스리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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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여고(!)로 3박 4일동안 교육봉사를 다녀왔습니다 ㅎㅎ.....

대학생 20명 정도가 고등학생 40명 정도를 데리고

본인들이 설계한 수업(레크레이션, 게임 등 교과와 관련없이 설계한 수업)을 진행하는 거였는데요.

예상하시듯이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고, 

또 오랜만에 고등학교의 모습을 접할 수 있어서 느끼는 것도 많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했었는데요. 

수업만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애매하게 비는 시간이 있어서

교육봉사 동아리 총괄하시는 분이 저 포함 4명 정도의 사람들한테 5~10분 스피치를 시켰습니다.

"지금 고3들한테 해주고 싶은 자기 얘기"를 주제로요.

듣자마자 머릿속이 깔끔하게 백지가 되고, 공포감이 슬슬 몰려왔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머릿속에 떠오른 얘기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 얘기를 들어준 학생들도 용케 싫은 티를 안 내줘서 잘 마쳤고요. 

그래서 지금, 학생들 앞에서 했던 얘기들을 회상함과 더불어 

그 곳에서 미처 못다한 얘기를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줄지 생각할 때, 

"수능을 100일도 안남은 시점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무엇일까?"

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저는 가장 힘들었던 게 "내가 지금 열심히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과연 1등급이 나올까?", "얼마 전에 수시 넣었던 거 그거 붙을까?" 하는 고민들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뭔갈 하고 있기는 한데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없을지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됐어요.

이럴 때 "저는 비록 불안했지만 나를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결국 결실을 맺어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답니다!"

라고 썰을 풀면 참 감동적인 장면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저는 목표했던 대학에 붙지 못했습니다.

저는 수시에 올인했었고, 수학교육과를 너무 가고 싶어서 6개 전부 수학교육과를 썼었는데요.

4개 전부 1차에서 광탈하고, 나름 안정/하향지원이라고 생각했던 2곳만 겨우 붙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게, 제가 어떤 학교 수학교육과에 서로 다른 2개 전형으로 넣었는데요.

그 학교 발표날 친구들이 결과 궁금하다면서 

저희 반에서 아이패드로 입학처 홈페이지를 띄워줬어요.

반애들 여럿이 모여가지고 수험번호를 딱 입력했는데, 

2개 전형 전부다 불합격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때의 정적, 냉랭함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친구들 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자습하는데, 그때는 좀 서러웠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이런 걸 회상하면 "그래 내가 그때 열심히 못했지", "그때 내가 덜 놀았어야 됐는데"

라면서 자신을 책망하곤 했는데, 요즘 들어 생각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난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었는데. 공부도 할 수 있을땐 무조건 했고,

쉰 것도 그 정도도 안 쉬면 내가 버틸 수 없었고, 그랬는데 왜 안 됐을까."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이러다보니 자괴감이 더 깊어질 때도 있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건 나한테 달렸지만, 결과는 나한테 달린 게 아니었다." 

제가 열심히 수능을 분석할 것인지, 기출을 몇회독을 할 것인지는 

철저히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수능에서 1등급이 찍힐 것인지 안 찍힐 것인지는 

나 아닌 다른 모든 학생들이 몇 점을 받았느냐에 달렸던 거죠.

내가 1등급을 받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짝사랑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 간절하고, 

그래서 매일 선물을 사다주던 집에 데려다주던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내 진심을 받아줄지 말지는 나한테 달린게 아니잖아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이 싫다면 싫은거죠.

난 그냥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할 수 있을 뿐이지, 

진짜로 마음을 바꾸는 건 상대방이니까요.


저는 고3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성적에 짝사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아주 간단해집니다.

"오늘 내 할 일을 제대로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딱 그것 뿐입니다.

"이렇게 하면 1등급이고, 저렇게 하면 3등급이다."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통제 가능한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남은 시간동안 끊임없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내 통제 밖에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통제 불가능한 것에 매달리는 고민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원하는 대학을 위해 오늘 하루 열심히 공부하는 것,

원하는 성적을 위해 오늘 하루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지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 원하는 성적을 받는 것은 내가 컨트롤하는 게 아닙니다.

이를 철저히 구분지어 보면 내가 해야하는 고민의 수가 상당부분 줄어듭니다.


이 글을 읽는 단 한 명이라도, 제가 수험생활 때 겪었던 고민들에서 빠져나올 수 있길 바랍니다.

이건 분명히 여러분들이 컨트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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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다른 곳에 써둔 글입니다.

벌써 1년이 다 되었나 하는 생각에 오르비에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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