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um [125018] · 쪽지

2011-07-26 13:47:29
조회수 5,563

Q. 공간도형과 벡터는 교과서를 봐도 도저히 모르겠다구요?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1507003

학습동에 쓰기에는 글이 좀 가볍습니다만,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팁 정도라고 생각해 주세요. 의외로 이런 마인드가 없는 학생들을 많이 보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 없다 싶어 몇 자 적습니다.

A. 당연합니다.

# 1

예를 들어 봅시다. 미분과 적분의 개념만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나요? 미분과 적분은 일종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삼차함수, 사차함수, 지수/로그함수, 삼각함수 같은 다양한 '소재'들을 해석하고 연산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거죠. 미적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함수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이 점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함수들의 성질은 고등수학이나 수학 I에 이미 제시가 되어 있기 때문이죠.


# 2

교과서의 공간도형과 벡터 단원에서 얻은 지식은 삼각형과 원이라는 소재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공간도형은 삼차원인데 무슨 삼각형과 원이야? 라고 질문하실 수험생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99%의 공간도형 문제의 핵심은 평면화입니다. 평면화한 후 삼각형과 원을 이용해 분석할 뿐이죠.

기하와 벡터에서 새로 배우는 소재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구죠. 그렇지만 기하와 벡터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에 대한 설명은 무척 심플합니다. 원의 방정식 배웠지? 그러면 좌표축 하나 추가해봐. 그러면 구네. 끝. 교과서 집필진들이 귀찮아서 구는 대충 쓴 게 아닙니다. 원으로부터 구의 모든 성질을 추론할 수 있기에 구를 공간좌표의 관점에서 유도하는 것만 써주고 끝낸 것이죠. 다시 말해, 구도 자르면 원이라는 사실에서 모든 풀이가 출발합니다.

결국에는 중학과정과 10-나에서 배우는 원과 삼각형에 대한 성질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공간도형과 벡터 파트에서 출제되는 어떤 문제도 풀 수 없게 됩니다. 아무리 기하와 벡터 교과서를 들여다보고 있어도, 소재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태로 도구만 알고 있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게 되는 거죠.


#3

결론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안 나온다고 등한시하지 말고 중학기하 과정을 좀 튼튼하게 공부하세요. 09수능과 11수능에서 중학기하 지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킬러문제가 나왔던 사실은 기억하실 겁니다. (2009-30, 2011-22) 킬러는 아니어도 중학기하 지식이 필요했던 문제도 있습니다. (2010-14, 2011-5)

원주각의 주요성질(2011-5, 2011-22에 출제됨)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그 응용
삼각형의 내심(2009-30에 출제됨. 좀 쉽기는 하지만 2008-28도...), 외심, 무게중심의 성질

같은 것들은 필수적으로 알아두고, 관련된 내용들도 정리해두는 게 좋겠죠. 본격적으로 보려면 중학교 교과서를 참고하는 것이 좋고, 간단하게 보려면 소동(sodong)님이 집필하신 숨마쿰라우데 고등수학(하)의 첫 파트인 논증기하 부분을 참고하시는 게 좋습니다.


# 4

사실 그래서 공간도형과 벡터 교과서에서 알아가야 할 지식은 정말 적습니다. 몇 가지 관점만 습득하고 유도과정을 정밀하게 가다듬은 후에 - 결론만을 아는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결코. -  나머지는 이 관점을 이용해 원과 삼각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를 실제로 연습하는 데 올인하세요.

1.

삼수선의 정리와 이면각
평면의 결정조건
정사영한 도형의 모습
주어진 상황의 좌표화, 또는 평면화 후 좌표화

(* 3개의 점에서 출발해, 직선과 직선 바깥의 1개의 점, 2개의 평행하거나 한 점에서 만나는 직선, 법선벡터와 한 점과 같은 다양한 평면의 결정조건에 대해 + 그것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생략된 것을 복원해내고 있는 것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벡터의 평행이동
벡터의 분해, 정사영과 내적

(* 정사영한 벡터의 구체적인 식을 구하는 것은 교과과정 외에 속하지만 직교하는 성분과 평행한 성분으로 분리한 후 내적하는 관점은 2011-22 문제의 풀이과정에서 중요한 관건이 됐습니다. 내적의 정의를 가르칠 때도 기하학적인 정의와 대수적 정의를 같이 가르치고 있구요.)

p.s. 노파심에 덧붙이지만 이런 관점으로 내신공부했다가 털리는 건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책임입니다. 내신에서는 기하와 벡터의 잡스러운 연산과정까지도 시험에 출제되고 있죠. 이 글은 어디까지나 수능을 타겟으로 쓰여진 글이라는 점, 미리 명심해 두시길.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