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깔 [112080] · MS 2005 · 쪽지

2008-02-16 16:30:23
조회수 7,955

서울대 [구술면접] 수기 입니다. 구술관련내용만있는건찾기힘든것같애서올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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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부2 08학번 구술 합격 수기.



논술다음날..면접일 눈이와서제법추웠다

특히 저~위에있는 인문대 건물 ㅠ

고대 논술은 잘봤으나 전날 서울대 논술을 그닥 잘 한 것 같지 않았기에 관악산에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기분전환하면서 올라갔다.



입구에서 선배들이 주는 유자차를 고맙게 먹고 안내 표지를 따라서 면접대기실로 갔다. 곧 조교가 들어와서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고, 대기번호가 주어졌다. 대기번호는 접수번호와는 상관없었고, 나는 네번째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학원에서 구술선생님이랑 준비했던 자료들을 그냥 쭉 한번 훑어보면서 연습때 자주 실수했던 부분들을 상기시켰다.(올바른 접속사 사용법이라든지 \"제시문 A를 보면 이러이러하다\" 라고 말하는 법이라든지. \"왜냐하면\" 이러이러하기 \"때문입니다.\" 라든지)  예상과는 달리 한 사람당 준비시간 20분 면접시간 10분이 주어졌다. 나는 연습할 때 준비시간을 10분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연습장으로 들어가니 영어로된 제시문 하나에 문제가 3개 있는 문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제공된 볼펜으로 밑줄긋고 핵심어는 동그라미치면서 준비했다. 주제는 \"다른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것은 남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짓이다.\" 는 것이었다.  문제지에 단답형으로 답을 한 다음 연습장에다가 논술 개요 짜듯이 답변의 얼개를 만들었다. 문제지도 면접실에 들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연습시간이 끝나고 면접실로 이동했다. 다른 수기에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착학교수A와 까칠한 교수B가 있었다. (인상만 봐도 안다.-_-;;)

들어가서 인사한 다음 아까 요약한 제시문의 주제를 말했다. 이걸로 주제문에 밑줄쳐져 있던 영어 요약형 밑줄 문제1번 해결.



문제 2번은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부분이었다. 연습때 하원에서 비슷한 내용의 논술 문제를 본 것 같았다. 간디의 아힘사 정신이었던가. 해(害)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써먹었다.

\"저는 간디의 아힘사 정신에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적극적으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부도덕하며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A가 \"음, 간디의 아힘사라...\" 이러면서 체크를 하더니 옆 교수한테 살짝 미소지었다. 속으로 \'예스...!\' 했다.



내가 좋다고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3번 질문이 들어왔다. 3번은 위와 같은 정신이 현실 정치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었다. 나는 물론 2번에서 이 견해에 찬성했으므로 좀더 강하게 \"실현 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실현하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 각종 시민단체와 NGO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 등을 이야기했다.

대답을 끝내니 교수B의 태클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그 말은 자신이 옳다는 전제에 기반해 있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거짓일 수도 있고, 또 설사 자신이 옳다고 해도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한다면 정상적인 정치가 가능하겠는가?\"

여기까진 생각해봤던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도 대답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의 바탕은 소통에 기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신의 변화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자신의 신념에 기반한 상태에서도 상대와 대화를 통해 공통된 가치규범이나 합의점을 충분히 도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별 말씀이 없어서 몇 초간 안심했다. 그러나..이번엔 다시 교수B의 빽태클... 그렇다면 지도자가 자신의 정말로 옳다고 확신하는 가치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때에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할 것 같은가?\"

속으로 컥. 이게 뭐야..하면서 아까 했던 말을 한번 더 반복했다.

\"소통의 가능성 어쩌고 저쩌고......\"

그러자 교수B가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하는게 아닌가..

짐짓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교수A만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기 교수님 제가 질문을 잘 못들어서 그런데 다시한번 말해주시겠습니까?\"

그러자 교수 A가 문제를 살짝 풀어서 말해주면서 힌트를 살짝 줬다.

\"자네 아까 말했던데서도 좋은 답변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내가 아까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순간 그대로 정지... 갑자기 창밖 나무에 눈내린게 보였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니 순간적으로 한 10분은 지난 것 같았다. 뭐라도 말해야 될 것 같아서 그 사이에 생각한 답변이라고 노무현을 끄집어냈다. (속으로 아.. 내가 왜이러지-_-;; 이러면 안되는데.. 갓 뎀 잇...)

\"현직 노 대통령은 자신과 신념이 다른 사람들과는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결과 그는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로부터 오만하다. 독단에 빠졌다. 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무엇보다도 소통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젠장 하고 있는데 교수A가 구세주로 나섰다.

\"음.. 그것도 그렇지만 아까 말했던 시민단체라든가 하는 단체는 어떤가? 예시를 하나 들어보지...\"

.......



순간 머릿속을 \'번쩍\'하면서 근현대사 시간에 지겹도록 들었던 베트남전이 생각났다. 아.. 그때 전세계적으로 시민단체의 반전 운동이 있었지.. 그것은 간디의 아힘사 정신과 비폭력주의와도 통하네...

이거다!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주루룩 제법 길게 말했더니 교수님이 끄덕끄덕하면서 나가보라고 하셨다. 스스로에게 제법 잘 한 것 같다고 칭찬하면서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구내 식당에서 밥 먹고 내려왔다. 솔찍히.. 고딩 급식삘이 나는 밥은... 고대보다 맛이 없었다.



나중에 구술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위에까지 쭉 말해 드렸더니, 노무현대신 히틀러는 어떻겠었냐는 즉답이 나왔다. 자신의 신념을 따랐지만 소수민족이나 사회적 약자와는 소통하려 하지 않았고, 타 민족에 대한 윤리 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폭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던 히틀러... 딱 맞는 반례였다.

히틀러를 생각하면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여기까지 온 게 어디나며 발표일까지 마음 편하게 놀았다.




마지막으로 논구술 대비하는데 정말로 수고해주신 학원 선생님들과 부모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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