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늦었어너라도가 [66643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7-12-04 12:03:05
조회수 2,136

수시는 없어져야 할까요?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14261264

이제 입시가 거의 끝난 고3입니다. 페이스북 눈팅하던 중에 뭐 하나를 발견했는데..


수시박스라는 페이지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쓴 적이 있어요. 뭐, 서울대 경영대생들이 모여서 만든 수시 컨설팅 페이지인가 본데, 오르비 여러분들은 의견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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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이제 면접도 대부분 끝났고 하니 심심한데 칼럼이나 하나 써보죠.

수시는 과연 공평할까요? 진짜로 기획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요? 전에도 말했지만, 수시라는 제도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시박스가 탄생한 거고요.) 오늘은 저번에 탄생배경에 치중하지 못하느라 말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크게 저는 4가지로 수시의 문제점을 보고 있습니다. 1. 쉬운 포장 2. 빈부격차
3. 상위권에게 몰아주기 4. 어디에도 없는 도움

먼저 쉬운 포장. 대부분의 학생들이 책을 그냥 대충 읽고 생기부에 적거나 아니면 생기부에 들어갈 멘트를 자신이 적거나 하고 있습니다. 추천서를 학생이 쓰게 시키고 도장만 빌려주는 경우도 많고요. (원래는 선생님의 권한이죠)그리고 자소서에도 없는 일을 지어내기도 하고요. (유명한 사건인데, 서울대 의대에 지원했던 학생이 ‘아픈 남동생이 병에 걸려서 죽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의사가 되고 싶다’라고 써서 합격했습니다. 근데, 알고보니 남동생은 없었어요. 그래서 불합격처리가 되었죠.) 물론, 전 어느 정도 과장은 괜찮다고 봐요. 뭐, 좋은 성과를 냈다, 호응이 괜찮았다. 이런 건 괜찮은데. 문제는 (후술할 사유와도 관련이 있지만) 자기가 하지도 않은 활동을 자기가 했다고 하는 경우…가 문제에요. 교수가 논문을 학생의 이름으로 쓴다던가, 봉사활동을 부모님이 대신한다던가. 아니면 대필을 하다가 활동이 부족할 때 새로 넣던가. 근데 더 큰 문제는 이게 효과가 있어요. 쓸 내용이 없어서 못 적는 것보다 거짓말로라도 일단 쓰는 게 효과가 있어요. 네? 면접관들이 교수라서 그런 거 다 걸러낸다고요?

서울대 웹진에서 우수 자소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이렇게 비슷하게 써라! 근데 그 중 하나가 학원에서 대필해준 거였어요. 그러니까 학원에선 공짜로 마케팅 소재를 잡은 거죠. (우와~~~~~ 누군 마케팅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누구는 서울대에서 공짜로 마케팅해주고…ㅠㅠㅠ)

자, 다시 뭐라고요? 면접관들이 교수라서 그런 거 다 걸러낸다고요? 내가 학생회가서 뭘 했는지 활동을 겨우 15분 얘기하고 안다고요? 그럼 초능력자 아니에요? 결국 검증과정이 아직 부족해서 포장이 대학입시에 유리해졌고, 학생들은 여전히 자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자 그럼 2번째. (아직 반도 안 왔어요 금지단어) 빈부격차. 예전에 수능이 사교육을 유발해서 빈부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수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교육학 전공이 아니라서 정시와 수시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빈부격차가 큰지 잘 몰라요. 다만, 정시를 비유로 잠깐 들어볼게요. 정시에는 학원강사들이 열심히 현장강의를 하는데, 이게 비싸서 부담이 되는 학생들을 위해 (+지역이 멀어서 못 오는 학생들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만들었고,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강의를 즐길 수 있게 되었죠.
근데 수시는요? 수시에는 고액 컨설턴트는 있는데, 보편화된 온라인 컨설팅은 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힘들다고 봅니다. 왜냐면, 수시와 정시는 ‘개별화’의 관점에서 다르거든요. 정시는 강사들이 똑같은 교육과정 하에서 가르치고,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고, 똑같은 책을 보고 공부하기 때문에, 지식의 복제가 쉽습니다. 다른 학생들이라고 해도 강사는 똑같은 내용만 가르치면 되죠. 반면에, 수시는 학생들마다 개별화가 되어있어요. 자신의 인생이 담긴 자소서와 생기부인데, 획일적이면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여러분 인생을 누가 비슷하게 살았다고 하면 엄청 소름끼칠 것 같은데…. ㄷㄷ) 그럼 학생들마다 똑같이 해줄 수가 없어요. 복제가 어려워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복제가 어렵고 파는 입장에서는 개별 학생마다 돈을 높게 받아야죠. (일이 늘어나는 거니까!) 그럼 학생들은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가 매우 어려워요. 학교 선생님들이 도와주면 된다고요?

이제 세 번째 문제입니다. 상위권에게 몰아주기. 이건 EBS 다큐를 보고 놀란 거긴 한데요. 학교에서 서울대를 보내기 위해 내신과 상, 활동들을 모두 몰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재학생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 같네요. 근데 학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서울대를 못 보낸다. 서울대를 보내기 위해서는 몰아주기가 필수적이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럼 나머지 학생들은요? 제대로 된 면접 연습, 생활기록부, 상 이런 거 없이 그냥 수시를 쓰라고요? 어떻게? 대학 입시가 1학년 내신만으로 결정되서 계속 몰아주기를 당하는 것이 기분이 어떨까요? 상위권 애들은 특별반 해주면서 우리는 왜 안 해줘요? 왜 특별반에서 공부하는 문제집이 시험범위인거죠? 왜 특별반 애들은 엄청 도와주면서 우리는 바쁘다고 상담을 피하세요?

이제 마지막 문제! 어디에도 없는 도움. (아우…긴 글을 쓰니까 지치네요.) 그럼 학생들은 자신이 스스로 찾아봐야 합니다. 근데, 책을 찾아봐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건 몇 줄 안돼요. 전공자료집 이런 걸 봐도 자기 전공에 관한 건 몇 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개별화가 필요한 수시에서 보편성이 높은 책을 이용하면 당연히 학생들이 도움을 잘 못 받죠. 그럼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학생들은 진짜 자소서를 못 써요. 레알. 컨설턴트 일을 하면서 느낀 건데. 진짜 못 써요. 학생의 능력이 떨어진다 이게 아니라. 면접관이 글을 슉슉 읽는 상황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표현의 방법을 달리 해야 하는데 그걸 몰라요. 그럼 도움(=고액 컨설턴트)을 받을 수 있는 부잣집 애들이 훨씬 유리한 거죠.

사실은 수시의 문제점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저희보다, 직접 경험하고 있는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어땠나요? 혹은 어떤가요? 수시가 여러분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나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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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렌지트리 · 769636 · 17/12/04 12:04 · MS 2017

    음.. 이점도있으니까 없어지면 안될것같긴한데 없어졌으면 좋겠다

  • 오렌지트리 · 769636 · 17/12/04 12:05 · MS 2017

    없어졌으면 좋겠는데 없어지면 안될것같고 비율을 지금보다는 낮췄으면 좋겠다

  • 난늦었어너라도가 · 666434 · 17/12/04 12:06 · MS 2017

    사실 수시가 엄청 확대되서 저도 수시로 가기는 하는데... 뭔가 유리한 애들만 엄청 유리한 느낌이랄까요?

  • 릴릴 · 698541 · 17/12/04 12:06 · MS 2016

    저는 현역 정시로 입시를 하지만 수시하는 친구들 보면 3년 내내 한번도 수업 졸지 않고 예체능 수업도 열정을 갖고 하고 교내활동 교외활동 논문 동아리 봉사 임원선거 아침 자율학습 야간 자율 학습 다 하는 거 보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멀리 사는데도 1시간 일찍 등교해서 자습했던 친구들 ...

  • 난늦었어너라도가 · 666434 · 17/12/04 12:12 · MS 2017

    수시도 엄청 노력해야 되죠... 근데 내신 때문에 수시에서 엄청 핍박받는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내신 좀만 삐끗하면 대학문이 한참 내려가니까...

  • 릴릴 · 698541 · 17/12/04 12:15 · MS 2016

    개인적으로 성적보다도 3년동안 혼을 다해 임하는 자세 자체에서 충분히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시베리안 냥 · 526597 · 17/12/04 12:07 · MS 2014

    조금은 잇어야죠

    각 전공별로 전국에 몇 안되는 뛰어난 영재를 뽑아야 될 필요는 잇다고 생각해요

  • 난늦었어너라도가 · 666434 · 17/12/04 12:12 · MS 2017

    하긴 수능으로 판단 못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긴 하죠..

  • 철배지광안 · 773717 · 17/12/04 12:08 · MS 2017

    수시가 대학가서는 더 성적이 좋다는 소리는 있더군요근데 너무 비율 차이가 심하고 수시를 조금이나마 줄여야 정시에 더재능잇는 사람들이 대거 뽑힐수잇는데 이건 너무 차이가 심합니당솔직히 그리고 컨설턴트에 관해서 생각해보자면 수시가 정시에비해 솔직히 사교육은 더쓰는거 같아요 차피 수시도 공부를 하니까 인강을 듣던가 과외를 할거고 거기에다가 돈많은 사람은 개인 컨설턴트 까지 붙여서 수시관리를하는데 이렇게만 본다면 수시가 돈은 더많이 드는듯해요

  • 난늦었어너라도가 · 666434 · 17/12/04 12:14 · MS 2017

    더욱 문제가 뭐인 거 같냐면, 잘 쓰는 사람들은 엄청 잘 쓰는데 못 쓰는 사람은 진짜 아무것도 없이 해야된다는 거 같아요. 지방 학교에서는 진짜 아무도 안 도와주더라고요..ㅠ

  • 철배지광안 · 773717 · 17/12/04 13:12 · MS 2017

    그니까요 비율도 6대4만 되도 만족하는데

  • 왕좌의 게임1 · 778880 · 17/12/04 12:18 · MS 2017

    최상위권 대학은 정말 좋은 애들 잘 뽑아 데려가더라구요. 필요는 하다고 생각해요 비율만 조정해줬으면..

  • 난늦었어너라도가 · 666434 · 17/12/04 12:21 · MS 2017

    ㄹㅇ 7:3은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더 확대되면....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17/12/04 13:57 · MS 2016

    솔직히 수시랑 정시로 뽑는 사람들이 많이 겹쳐요...
    손해보는사람들은 암기에 재능이 없지만 독해력이나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난 소수겠죠 ㅠㅠ

  • 난늦었어너라도가 · 666434 · 17/12/04 15:08 · MS 2017

    흠 그런가요? 오히려 저는 최저를 못 맞추는 친구들을 많이 봐서.... 하지만 손해보는 사람들은 인정 ㅋ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17/12/04 15:08 · MS 2016

    ㅇㅇ위로올라갈수록겹쳐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