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T [698139]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7-21 01:42:18
조회수 3,970

부족한 강사가 오르비언들에게..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12634320

안녕하세요. 영어강사 이상인 입니다.


지금 이순간.. 조금은..아니.. 많이 무거운 마음으로 오르비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오늘은 목요일이라.. 목요칼럼으로 여러분께 찾아왔었어야 했는데.. 써넣고도.. 마음이 무거워 올리지 못하겠네요.


그래서 오늘 칼럼은 이 글로 대신할까 합니다.


오늘 저녁에 한 학생으로부터 긴 장문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이번 사관학교 실전 모의고사에 관한..


그 학생이 많은 시간 고민했었을 흔적이 역력한.. 저에게는 가슴깊히 폐부를 찌르는 글이었습니다.


이번 모의고사가 자잘한 오탈자들을 제외하고서도 두문제에서 확연한 오류가 있었고 논리적인 근거가 빈약한 문제가 회마다 몇개씩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관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하는데.. 저는 너무나 안일한 생각으로 문제를 만든것 아니냐는.. 그리고 출판부의 실수라는 변명만 한다는..


제마음 깊은 곳을 너무나도 강렬하게 찌르는 글이었습니다.


근데.. 그글을 읽으며 화는 안나고.. 그동안 뭐라도 됐었던 마냥 설치고 다녔던 제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충분히 공개적으로 글을 올려 공론화하고 저를 비난할수도 있었을텐데.. 쪽지로 저에게 보낸 그 마음도 너무 깊게 전해졌습니다. 


제가 더 부끄러운건 이번 사관학교 모의고사의 제작과정에서 저도 느끼고 있었던.. 하지만 저도 모르게 외면하고 싶었던 부분을 정확하게 찔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쪽지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모의고사의 제작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변명을 하려는건 아니구요. 처음 출간이라 경험이 없던 제 잘못입니다.


한 조교와 의기투합해서 모의고사를 제작하기로 의기투합하고 사실.. 모의고사 출제팀 구성부터 문제를 받아 검토하는 부분까지 공동저자라는 미명하에 그 조교에게 맡겼습니다.


책임저자로서 중간중간 확인하고 검토에 참여했었어야 했는데..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다른 강사들도 다 그렇게 만드는데 뭘.. 이라며 혼자 자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요문제로 인해 출간 결정이 늦게 내려지고.. 부족한 준비 기간으로 인해 문제들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엉성하게 모여져 갔습니다.


그런부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믿고 맡긴다는 제 무책임함이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출판부에 문제를 넘기기 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토진으로 참여한 쿠도님의 날카로운 비판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출간까지 마지막 2주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그동안  받아서 정리해 놓은 문제들을 보니..


퀄리티는 점검이 안되었고.. 저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석과 해설부분도 마음에 차지 않더군요.


따지고 보면 다 제 책임이었으나.. 저는 모든 책임을 공동저자에게 돌리고 결과에 대해 비난했습니다. 지금까지 뭐 했냐고..


제게 남은건 1주일이라는 시간과 수정되지 않은 문제들..이체해야될 수백만원의 출제비.. 그리고 저 혼자라는 막막함이더군요.


그때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걸 다 접고 출판부와의 계약에 관한 문제들을 책임 질까 짧은 순간동안 수백번도 더 생각 했습니다.


근데.. 학생들과의 약속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몇몇 학생들의 간절한 희망에.. 모의고사를 출간한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저버릴수 없었습니다. 이것 또한 제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전 영세한 강사라.. 들어가야할 출제비도 벅찬데.. 사실 출판부와의 계약문제로 인해 책임져야할 부분들이 두렵더군요.


그래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1주일 반동안 현강은 다 휴강하면서 거의 밤을 새가며 문제들을 다시 만들고 고쳐나갔습니다.


문제라는 것이 오랜시간동안 심혈을 기울여 한문제 한문제 만들고 검토해야 하는데..


저는 그러질 못했네요.


우여곡절 끝에 문제들을 완성하고 배열하고 출판부에 넘기고 나니.. 탈진 상태가 되더군요..


그렇게 만들어진 문제들을 새롭게 구성된 검토진에게 검토를 맡기고는..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욕심에 몇몇문제들을 또 수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출판부에게 마지막까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모의고사가 출간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나니 또다시 변명이 되어버렸네요


이번 모의고사의 퀄리티는 전적으로 다 제 책임입니다. 출제진과 검토진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정말 절박함을 가지고 목숨걸고 공부 하는 수험생들에게 제 안일함과 무책임함이 도움이 되기보단 오히려 해가 되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참 무겁네요.


죄송합니다.


모의고사를 만들어야 겠다고 마음 먹고 난후에 우연하게 영어과의 유정우 선생님과 통화를 했었습니다.


유정우 선생님이 제게.. 모의고사 출간하는건 잘 생각해보라고.. 잘못 만들었다간 영영 해어나올수가 없다고.. 쉬운 일이 결코 아니라고..


그때 선생님의 그 조언을 마음깊이 명심 했었어야 했는데.. 이번에 선생님이 만드신 모의고사를 보며 느끼게 됩니다. 


역시 아무나 욕심만 가지고 할수 있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느끼게 되네요.


처음 인강에 들어오겠다고 결정했을때.. 사실 메이져 인강 몇군대에 면접을 봤고.. 한군대에서 합격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건도 그렇고 이대로 들어가면 그냥 묻히고 끝나기 쉬울것 같다는 오르비의 인강 디렉터님과의 상담에.. 잘하면 학생들에게 빠르게 인지도를 얻을수 있을것 같은 오르비로 정하고 들어온지도 6개월이 지났네요.


처음 들어왔을때 학생들의 신랄한 비판으로 강의를 접으셨던 모 선생님을 보면서 겁을 먹기도 했고..


난 강의 열심히 하는데.. 강의는 좋은데.. 왜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역시 오르비는 나무위키의 말처럼 강사의 실력보단 인지도가 우선인가? 라는 생각도 하고..


근데.. 지금에와서야 알겠네요.


저는 제 능력과 노력에 비해 여러분께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요..


오르비의 유명한 강사분들에게 비교하면 정말 보잘것 없지만 .. 요즘 학생들의 댓글도 많이 받고 한두개씩 제 강의의 판매량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이제 다 됐다 라고 우쭐해 했던 제 자신이 한없이 창피하고 부끄러워 지네요.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아울러 올해 출간하려고 했던 수능 모의고사 계획도 접고 자중하며 노력하고 공부하겠습니다.


안강 강사는 자존심이 전부라는 누군가의 말에.. 오늘 제글이 저에게는 강사로서의 사형선고일지도 모르나..


모의고사를 구매한.. 그리고 지금까지 제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에게 그리고 오르비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것이 도리일듯 하여..


이 늦은 시간.. 여러분께 제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일을 교훈삼아.. 더 노력하는 강사가 되겠습니다. 



p.s 사관학교 모의고사를 구매한 학생들은 아래 링크를 타고 가시면 모의고사 오류 정오표가 있습니다. 꼭 확인해주세요!


https://i.orbi.kr/0001242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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