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puccino [345964] · MS 2010 · 쪽지

2011-05-28 15:42:27
조회수 860

수시/정시 논란에 대한 하나의 의견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1167115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수시/정시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나은 제도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확실한 답이 없습니다. 아마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현재 수시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수시와 정시의 기회균등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현재 수시의 급격한 비중 증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수시/정시 둘 다 나름의 취지와 의미가 있는 제도이고,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제도를 선택해서 준비합니다.
아마 자신의 대입 전략을 선택하는 시점은 고1입학 직전 정도가 보통이라고 봅니다.(더 이를수도 있겠습니다만.. )
만약 학생이 자신의 공략을 수시/정시로 결정하는 시점보다 실제 대학원서 쓰는 시점에 수시 비중이 크게 늘어나 있다면
상대적으로 문이 좁아진 정시를 목표로 했던 학생들은 수시 비중이 높아지면 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고3때 갑자기 수시전략으로 갔다가, 떨어지고(준비를 못했으니 당연히 떨어지죠..3년 준비한 사람과 비교가 안 됩니다.) 
수시 떨어진 후 정시로 와서 다시 떨어져(수시에 눈이 팔려서 정시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문도 좁아져서) 재수를 합니다.
그리고는 수시전형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갖게 되죠. 이 반감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대입에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둘째, 수시는 정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보통 자신의 수시/정시 전략을 결정하는 때는 고1입학 직전(한마디로 중3이죠.)입니다.
그런데 이 때는 자신의 입시전략을 분석할 만한 지적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저만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이 때, 외고나 과학고를 가면 좀 더 많은 대입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됩니다.
수시나 각종 대회, 일단 커리 자체가 일반고와는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집안 사정상이나, 정보가 부족해서 집 가까운 일반고를 가게 되면 정보는 더욱 부족하게 됩니다.
대개 평범한 서민가정의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曰 : "공부해라"' 입니다.. 그냥 무조건 공부만 하면 대학 잘 가는 줄 아십니다.
대학입시에 관한 정보는 아이들이 해석하기엔 어렵고, 부모님은 관심조차 없으시고, 선생님은 모르시고.. 이렇게 해서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일반고는 선생님들이 수시 여러 전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고, 전략을 짜 주시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반고에서는 수시든 정시든 어느 대학에 원서를 써야하는지 고3담임 선생님들조차 모르고 계십니다.
그냥 낮게 써서 합격률 높여서 실적올리시려는 분들도 많으시고, 매년의 달라지는 상황조차 고려하지 않으십니다.(과장된 비하발언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다른 활동은 집어치우고, 오직 공부만 시킵니다. 7시부터 11시까지 학교에서 오직 수능만 준비합니다.
(수시 내신 전형도 있지만, 그들은 학교에서 소수이고... 그걸로 대학을 가는 학생들은 처음부터 그 전략으로 들어온 정보력 있는 학생들입니다.)
그렇게..... 정보력 없는 학생들은 선택권 없이 정시를 노리게 됩니다..그런데 문이 좁아졌습니다... 수시 전형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결국은 수시/정시의 기회 균등을 위해 비율은 50:50으로 시작해서, 결과를 분석한다음에 타당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보력 없는 학생들(소위 부모님들이 대입에 관심없고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다그치면 대학 잘 가는 줄 아는 서민 가정에 사는 아이들!!)에게 공교육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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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nvas · 302973 · 11/05/28 17:50 · MS 2009

    첫째는 반만 동의합니다.
    전 현역 고3인데요, 제가 고등학교 입학하던 순간부터 이미 수시가 늘어날 조짐은 있었습니다. 눈치 못 챘다면 그건 당사자가 대입에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처럼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둘째는 솔직히... 대입에 관심없었던 분들의 변명이라고 생각되네요.
    일단 수시/정시 전략이란 게 존재하냐 자체에 의문이네요. 어차피 고교 공부의 맥락은 다 똑같아요. 특히, 수시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내신은 수능과 완벽하게 겹치죠. 다만, 수시는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에 대한 공부가 더 추가되는 것뿐인데, 수시의 목적 중 하나가 학과에 대한 뚜렷한 관심과 열정이 있는 학생을 뽑자는 것이니 별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게다가 이런 공부도 고교 과정 위에 조금만 보태지는 정도에 불과하고요. 정시/수시 전략을 중3 때 정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고요(강남 학생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제 의견은 수시/정시 전략의 구분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보의 불균형에 대해서도 이의가 있습니다. 뭐, 물론 명문고에 가게 되면 정보를 접하기 쉬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정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유용할 수도,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죠. 정말 나의 진로에 대해 관심이 있고 열정 있는 학생들만이 그 정보를 이용하여 수시 준비를 하게되는 겁니다. 명문고생이 정보를 일찍, 많이 접한 만큼 외부대회에서의 실적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명문고 학생들에게 외부대회에서 높은 성과를 바랍니다. 그냥 애들이 하니까 따라서 외부대회를 준비한 명문고생이라면, 외부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죠. 명문고 학생들이 내신에서 보정을 받는 만큼 일반고 학생들이 외부대회 성과에서 보정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이렇게 외부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만큼 그 학과에 관심과 열정이 큰 학생이라면 일반고를 갔더라도 늦게나마 그 정보를 습득하여 수시 준비를 했을 거라 쉽게 짐작할 수 있네요.
    명문고 커리가 차별화되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건 동의 못합니다. 어차피 다 혼자 공부해요. 또, 개인적으로 집안 사정이나 정보가 부족해서 수시 준비를 못했다거나 일반고를 갔다라고 말하는 건 정말정말 한심한 것 같습니다. 집안 사정에 대해 말하자면, 웬만한 지방에는 다른 일반고와 학비가 똑같은 명문 일반고가 있습니다. 그마저도 없는 지역은 내신 따기 수월하니 내신으로 대학 가고요. 서민가정의 부모님들이나 평범한 일반고 선생님들이 단지 '공부해라'라고 말씀하신다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정말 공부만 했나요? 정말 공부만 해서 공부를 잘하기만 하면 수시의 내신 전형으로건 정시로건 대학 쉽게 잘 갑니다. 게다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정말 관심이 있다면 이런 건 무시하고 알아서 수시에 대해 찾아보고 준비합니다. 명문고라고 해서 선생님들이 대입 전략 짜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짜가면 선생님들이 조언해주는 정도죠. 일반고에서는 이런 오르비같은 사이트가 있으니 이 부분에서도 자기 의지가 문제가 될 뿐이죠.

    저는 수시 제도가 정시 제도보다 더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왜냐하면 수시는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이고, 스스로 정해진 것 이상을 찾아서 공부하게끔 유도하니까요. 앞으로 사회가 복잡해질 수록 이런 능력이 더 요구될 테니 대입 제도가 수시 위주로 변해가는 건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정보의 불균형이나 가정 환경을 문제삼는 것은 남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들의 변명일 뿐입니다. 그에 따른 기회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를 모두 감안해주거든요. 정시에만 올인해서 수시 제도에 불만이 있는 분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언제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요? 제가 바로 지방 출신에, 사교육도 못 받고, 서민층에, 일방적으로 전달된 도움도 없는, 그들이 말하는 정시만 준비했을 것 같은 학생임에도 수시를 잘 준비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다만 여담이지만 저는 내신 전형은 대폭 축소해야 된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정말 이런 애들이 서울대를 가야된다고 생각될 만큼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착실한 학생들은 학원도 없는 지방에서 자랐어도 내신이건 수능이건 모두 최상위권이더군요. 내신을 무식하게 통째로 외운 것이 아니라 그 원리를 이해하며 공부했다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따라서 이런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정시에서 내신에 따른 점수차가 수능 1~2문제에 해당하게 보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 cappuccino · 345964 · 11/05/28 18:21 · MS 2010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사실 제 글이 주변 재수하는 친구들과의 상담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라서 현역 고3분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음..... 그걸 제외하면 첫번째는 님과 동일한 의견입니다. 저도 수시전형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고,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문제는 너무 급격한 증가추세로 인해 학생들이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죠.

    둘째는 대입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의 변명이지만...
    제가 이것을 적은 건, 우리 주위에는 님이나 오르비에서 활동하시는 다른 분들처럼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는 분도 계시지만
    그냥 모르고 사는 친구들이 훨씬 많습니다. 수만휘 가도 진로상담을 하기보다는 자유게시판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이구요.
    뭐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건 당사자의 탓이겠지만, 수시는 님이 말씀하셨다시피 '과정' 중심이기 때문에, 소위 나중에 철든 사람은 먼저 준비한 사람을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남들보다 1~2년 늦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해서 대입에서 크게 지장이 있다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고에서나 특목고에서 다 알아서 공부하지만, 특목고에서는 그래도 주변에 묻혀서 조금이라도 맛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수시를 준비하더라도 일반고보다 조금 유리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 일반고에서는 보통 내신문제가 수능공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실질적으로 수능은 따로 공부해야 합니다.
    물론 맥락에서 보면 고교 공부가 다 그게 그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수시/정시 중에서 자신이 준비한 것이 더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수시/정시의 개별적인 전략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중3 때 진로를 고민하면서 대입전형 고민은 안 한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네요 ㅠ

  • 테트리스. · 356213 · 11/05/28 19:28 · MS 2010

    + 일반고에서는 보통 내신문제가 수능공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실질적으로 수능은 따로 공부해야 합니다.

    이건 아닌듯 하네요...

    학교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저희 광역시는 평준화인데, 여느 학교나 다들 시험 난이도가 그렇게 수능에 도움 안될정도로 쉽게 내고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수능은 따로 공부해야한다.. 어디 외고같은 곳은 가리기위해 뭔가 어렵게 낸다고 하지만, 선생님들도 다들 수능을 인식하고 계시는데 수능과 동떨어진 완전 쉬운 문제만을 내는 학교가 그렇게 많을까요..

  • canvas · 302973 · 11/05/28 21:41 · MS 2009

    나중에 철든 사람이 먼저 철든 사람을 따라가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그 1~2년이 의미하는 건 상당히 큰 격차라고 보여집니다.
    내신같은 경우엔 고민과 상관없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했느냐에 대한 척도이고
    고등학교 2~3학년이 되어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건 대부분은 그 이전 중학교 과정에서부터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과 대입이라는 현실이 막상 눈앞에 닥쳐서야 내 앞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물론 이런 고민을 하게끔하는 역할을 공교육이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어쨌건 수능이라는 제도 자체가 개인적인 시간이 많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재수생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대입 제도에서 재수생에 대한 페널티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목고 분위기에 쓸려 수시에 대한 맛보기를 한다고 말씀하신 부분에는 동의는 하지만
    저희 학교에서 수시 합격한 사례를 보면 정말 예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서 될 것 같던 분들이 주로 붙고 맛보기를 하다가 준비하는 경우엔 대개 광탈이더라고요. 저와 같은 기수 학생들도 수시 맛보기만 조금씩 하던 애들은 다 정시로 돌린 상태고요.
    소위 말하는 수시 대박은 정시 대박만큼이나 흔한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중3 때 진로 고민하면서 대입전형을 고민한다는 건...;; 글쎄요 중3 때면 그걸 살필 정도면 둘 다 준비하지 않나요?
    저는 고1 때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둘 다 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는 있던데요...

  • cappuccino · 345964 · 11/05/28 18:28 · MS 2010

    그리고 명문 일반고를 얘기하셨는데...
    제가 명문 일반고를 나온 입장에서 실태를 말해보자면, 일단 학생들이 잘하고, 수능보다 내신문제가 더 어려워서 특목고만큼이나 내신은 따기가 힘듭니다.
    다른 일반고 다니는 애들보다 훨씬 열심히 준비했던 애들도 내신 때문에 모조리 수시에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왜냐하면 명문 일반고에서 준비하면, 일반고보다는 좋지만 외고보다는 조금 못한 스펙을 갖고, 일반고와 외고 사이의 어중간한 내신을 받기 때문입니다.
    수시를 준비하려고 이것저것 외고처럼 준비해봐도 대학에서는 저희학교를 단순 '일반고'의 범주로 분류하더군요.
    그렇게 수시 10군데를 넘게 써도 한 군데도 붙지 않고, 정시로 대학을 가게 됩니다.
    정말 의문인건... 내신전형이 아닌 다른 수시 전형을 시험보러 갔던 애들이 듣게 되는 소리는... '이번에는 면접/논술의 변별력이 없어서 내신에서 우위가 갈릴 것 같다'는 감독관의 말을 들을 때입니다.
    수시 전형이 다양화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전형기준이 학생들을 선별하는 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수시확대에 불만이 없습니다.

  • canvas · 302973 · 11/05/28 21:11 · MS 2009

    사실 명문 일반고는 학교에 따라서 양상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외고는 외고라는 동질감도 있고, 서로 어느정도 교류를 하니까 특정 학교가 흔히 생각하는 명문고의 특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명문 일반고는 이에 비해 폐쇄적이다보니 말씀하신 경우처럼 수시 쓰기가 곤란한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한 예로, 경기도 내의 한 명문고는 서울대 수시를 약 20명이나 보낸 반면에
    전통적으로 그 학교와 경기도 내에서 1, 2위를 다투던 학교는 수시를 3명 정도밖에 못 보내더군요

    과도기이기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인 것 같네요
    지금 그 후자의 학교도 수시 관리를 시작하는 것 같긴 한데
    어쨌건 이런 과도기에 희생되는 개인만 안타까울 뿐 ㅠ

  • Panto · 272321 · 11/05/29 11:14

    정보 접근성 공감해요.. 일례로 저 중3때 과학고 준비할때 주위사람들은 다 올림피아드 같은거 상받아있고 ;; ㅡㅡ; 그런게 있다는거 자체도 알지못했는데; 교육과정 자체에서 그런 입시관련 정보를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